• Total : 2313850
  • Today : 422
  • Yesterday : 454


ㅁ, ㅂ, ㅍ

2007.12.29 16:47

하늘꽃 조회 수:1981



.  ㅁ, ㅂ, ㅍ

                  -오 북환 장로님을 추모하며-

                                           이병창




저녁 9시만 되면

땡전 뉴스가 세상을 희롱할 때

나는 견디다 못해

산에 계신 선생님을 찾아 갔다.

나는 숨만 가쁘고

작은 방안에는 침묵만이 흘러갔다.




‘ㅁ, ㅂ, ㅍ 으로 풀으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단단한 떡을 입안에

물고 있으면

불궈지고, 불궈지면

풀어지겠지요.’

그 때 내 절망의 구름 사이로

빛이 보였다.

‘단단한 떡을 성질대로 깨물어버리면

이빨 상하고 떡은 떡 대로

못 먹게 되겠지요.

입안에 물고만 있으면 반드시 풀어집니다’.




아하,  이거였구나

권력의 하루살이들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는 것이로구나

나는 큰절 올리고 산을 내려 왔다.

세상사 ㅁ, ㅂ, ㅍ.

ㅁ, ㅂ, ㅍ.

그 때 앞산이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3 봄밤 - 권혁웅 물님 2012.09.20 1313
302 풀 -김수영 물님 2012.09.19 1356
301 간절 - 이재무 물님 2012.09.06 1357
300 새벽밥 물님 2012.09.04 1342
299 서정주, 「푸르른 날」 물님 2012.09.04 1285
298 「짐승이 되어가는 심정」 물님 2012.08.13 1387
297 김종삼, 「라산스카」  물님 2012.07.24 1385
296 거울 물님 2012.07.24 1359
295 꽃 -김춘수 물님 2012.07.24 1277
294 나는 나 I 마에스터 에크하르트 (Master Eckhart) 구인회 2012.07.24 1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