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12503
  • Today : 466
  • Yesterday : 441


ㅁ, ㅂ, ㅍ

2007.12.29 16:47

하늘꽃 조회 수:1977



.  ㅁ, ㅂ, ㅍ

                  -오 북환 장로님을 추모하며-

                                           이병창




저녁 9시만 되면

땡전 뉴스가 세상을 희롱할 때

나는 견디다 못해

산에 계신 선생님을 찾아 갔다.

나는 숨만 가쁘고

작은 방안에는 침묵만이 흘러갔다.




‘ㅁ, ㅂ, ㅍ 으로 풀으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단단한 떡을 입안에

물고 있으면

불궈지고, 불궈지면

풀어지겠지요.’

그 때 내 절망의 구름 사이로

빛이 보였다.

‘단단한 떡을 성질대로 깨물어버리면

이빨 상하고 떡은 떡 대로

못 먹게 되겠지요.

입안에 물고만 있으면 반드시 풀어집니다’.




아하,  이거였구나

권력의 하루살이들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는 것이로구나

나는 큰절 올리고 산을 내려 왔다.

세상사 ㅁ, ㅂ, ㅍ.

ㅁ, ㅂ, ㅍ.

그 때 앞산이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 나무에 깃들여 물님 2016.09.29 994
32 꽃눈 물님 2022.03.24 992
31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1] 물님 2018.03.31 981
30 황토현에서 곰나루까지-정희성 시인 물님 2020.11.06 973
29 자기 삶의 연구자 물님 2018.06.06 967
28 꿈 - 헤르만 헷세 물님 2018.08.13 941
27 헤르만 헤세 - 무상 물님 2021.03.18 918
26 스승 물님 2018.05.17 918
25 물님 2020.09.05 915
24 도도 2019.12.19 8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