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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의 편지 / 안 심

2013.11.06 19:10

가온 조회 수:11113

  일종의 불안증세인지 모르지만

언제부터인가 중요한 서류나 사진 등은 스캐너로 떠서

online에 저장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지만 인터넷 공간을 알게 된 후로는

무엇이든지 그곳에 저장해야 안심이 됩니다.

 

그곳에 저장에 두면 소멸되고 변화될 수 있는 물리적 영향을 벗어나

유실 될 염려가 없기 때문이지요.

 

사실 그곳이라고 해서 100% 안전하지만은 않겠지만

불안한 세상에서 늘 안심할 수 있는 삶을 추구하는 우리의 바람이지요.

 

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

거기는 좀이나 동록이 해하지 못하며 도둑이 구멍을 뚫지도 못하고

도둑질도 못 하느니라’(6:20)

 

이 말씀의 실증을 우리는 실천신앙의 본이 되는

손양원 목사님에게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분의 유명한 10대 감사 중, 6번째 감사로

여순반란사건에 두 아들이 살해당한 아픔 가운데서 고백한 그분의 감사야말로

이곳보다 그곳(天國)에 대한 확신 안에서만이 나올 수 있는 고백이었습니다.

 

미국가려고 준비하던 내 아들이 미국보다 더 좋은 천국에 갔으니

내 마음 안심되어 감사합니다.’

그렇습니다.

이러한 감사야말로 사랑하는 두 아들이 그곳에 있다는

확신이 주는 안심이지요.

 

진정한 평안이란 이곳이 아닌 그곳의 평안이지만

우리는 이곳에서도 그곳의 평안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될 때 이곳과 그곳이 하나가 되지만

만일 지금 여기에서(now here) 그곳을 누리지 못한다면

그곳(天國)은 아무데도(no where) 없지요.

 

중심에 있는 W가 여기(here)에 집착하게 되면

천국은 어디에도 없는 곤고한 삶이 된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니라...’(14:27)

 

세상이 주는 평안은 그분이 주시는 것처럼 온전하지 못하며

온전한 사랑조차 이루지 못하기에 늘 실패하는 부족한 모습을 보이게 되지요.

 

이 나이에 사랑이란 무엇일까? 다시 생각해 볼 때,

그것은 온전한 평안을 주는 행복도, 어떤 해결책도 아닙니다.

 

그저 나를 비우고 상대를 절절하게 받아들이므로

상대가 내 안에 들어와 내가 되었다가,

아니, 나보다 더 소중한 그 무엇이 되었다가,

그렇게 고여 있다가 몸에 들어온 물이 배뇨가 되듯

뜨거운 눈물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분명한 사실은 이 세상이라는 한계 안에서는

진정으로 안심할 수 있는 평안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모두, 우리의 생명까지도

반드시 그곳에 저장해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사실을 분명히 안다면 살아가면서 세상의 허무한 것들을

붙잡고 있지 않아도 우리는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겠지요.

 

잎을 모두 떨구고도 오히려 무성할 때보다

더 멋진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그렇게 찬바람 속에 서있는

겨울 플라타나스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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