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16860
  • Today : 497
  • Yesterday : 885


달팽이

2008.06.08 23:30

운영자 조회 수:2401



       달팽이
                         - 문연남의 달팽이 그림에 붙여 -


간다
그냥 간다.
두려움 없이 가는 길
공중의 새는 날다가 떨어져도
나는 쓰러지지 않는다.
내가 나로서 가는 길
지구는 너무나도 든든하여
넘어질 곳은 하나도 없다.


간다.
저기 하늘을 찌르는 나무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고
인간들은 가르친다는 데
나는 그냥 갈 뿐.
조상들이 걸어 온 수평의 길을 지나
이제 나는 수직으로 상승하는 길을
걸어보리라.


내가 걸어 온 길에도
흔적은 남아 있다.
누군가의 길이 될 흔적이.
아무리 끈끈하고 축축한 삶이라 해도
등에 진 짐에 등이 휘어진다 해도  
나는 이곳에만 머무를 수 없다.
이곳에서 여기로 떠나가는 길
나는 늘 그 길을 가는 나그네일 뿐.
허공을 향하여
세월을 향하여 걸어가는
나그네일 뿐.


               08. 6. 6 아침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3 서정주, 「푸르른 날」 물님 2012.09.04 1285
102 김세형,'등신' 물님 2012.03.12 1284
101 봄 소식 하늘꽃 2009.03.02 1284
100 그대 옆에 있다 - 까비르 [2] 구인회 2012.02.15 1283
99 꽃 -김춘수 물님 2012.07.24 1279
98 보고 싶다는 말은 물님 2012.06.04 1279
97 전라도길 구인회 2010.01.26 1273
96 세월이 가면 물님 2015.02.20 1271
95 아직 가지 않은 길 [2] file 구인회 2010.02.05 1270
94 뉴욕에서 달아나다 물님 2012.06.04 1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