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295137
  • Today : 967
  • Yesterday : 1264


웅포에서

2008.06.24 18:53

하늘꽃 조회 수:1453

입춘이 지난 철새들은
근질거리는 날개짓으로
시베리아의 꿈을 털고 있다. <하늘꽃은 여기서 감동받아 얼어버렸다>


배들은 모두 떠나가고
물그림자만 길게 남아서
옛 이름을 지키고 있는 웅포
내 소년기의 영혼의 성감대를
열어젖히던 덕양정의 갈대 소리가
오늘은 더욱 푸근하다.


세상은 변한 건 없다.
새롭게 모양 낸 강둑을 따라
여전히 하루에 두 번씩 오고 가는
조수의 흐름처럼
나도 때맞춰 너에게
오고 갈 뿐.


이제는 피도 눈물도 썩고 썩어서
어떤 대책도 없는 황토빛으로
흘러가는 금강
아침 노을보다는
더욱 황홀한 석양 끝에 서서
나는 또 기다리고 있다.
네가 질 때까지.         

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3 새해 다짐 -박노해 물님 2023.01.04 1130
402 달의 기도 물님 2022.09.19 1190
401 남명 조식 물님 2022.07.28 1183
400 꽃눈 물님 2022.03.24 972
399 새해에는 단 하나만을 - 박노해 물님 2022.01.08 1032
398 소동파의 시 물님 2021.12.18 1026
397 절망은 나무 벤치 위에 앉아 있다. 물님 2021.12.09 994
396 -정현종 ‘가을, 원수 같은 물님 2021.10.19 1077
395 바람이 바뀌었다 -박노해 물님 2021.08.11 1063
394 이육사 유고시 -광야 물님 2021.06.10 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