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09.10.12 21:49
10월
무언가 잃어 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 시인 오세영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03 | 아프리카로 가는 길 | 이병창 | 2005.09.05 | 2983 |
402 | 바다는 | 이병창 | 2005.09.05 | 2554 |
401 | 동해 낙산 | 이병창 | 2005.09.05 | 2583 |
400 | 매미 소리 속에 매미가 있다 | 이병창 | 2005.09.05 | 2431 |
399 | 아들에게 | 이병창 | 2005.09.05 | 2945 |
398 | 편지 | solpami | 2005.10.01 | 2506 |
397 | 비상하는 님은 아름답습니다. | 김경천 | 2005.10.11 | 2292 |
396 | 모서리를 읽다 | 김경천 | 2005.10.11 | 2414 |
395 | 알마티 가는 길 [1] | 물님 | 2005.12.17 | 3181 |
394 | 쉼표이고 싶다 | 운영자 | 2006.01.09 | 2875 |
열매가 떨어져 생명이 되고
생명이 떨어져 영원이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