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16335
  • Today : 857
  • Yesterday : 396


10월

2009.10.12 21:49

물님 조회 수:1998

10월

 

무언가 잃어 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 시인 오세영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3 서정주, 「푸르른 날」 물님 2012.09.04 1285
102 봄 소식 하늘꽃 2009.03.02 1284
101 김세형,'등신' 물님 2012.03.12 1283
100 그대 옆에 있다 - 까비르 [2] 구인회 2012.02.15 1283
99 꽃 -김춘수 물님 2012.07.24 1279
98 보고 싶다는 말은 물님 2012.06.04 1279
97 전라도길 구인회 2010.01.26 1271
96 세월이 가면 물님 2015.02.20 1271
95 아직 가지 않은 길 [2] file 구인회 2010.02.05 1269
94 뉴욕에서 달아나다 물님 2012.06.04 1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