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00833
  • Today : 945
  • Yesterday : 1171


10월

2009.10.12 21:49

물님 조회 수:1977

10월

 

무언가 잃어 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 시인 오세영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3 새-천상병 물님 2011.10.31 5541
402 불재 [12] file sahaja 2008.05.22 3509
401 사월의 기도 [8] file 운영자 2008.04.20 3284
400 알마티 가는 길 [1] 물님 2005.12.17 3158
399 키르키스탄 이슼쿨 호수에서 [1] file 송화미 2006.04.23 3016
398 별 헤는 밤 - 윤동주 도도 2020.03.02 3005
397 아프리카로 가는 길 이병창 2005.09.05 2964
396 물님의 당신의 복음서 [1] 운영자 2007.02.07 2931
395 아들에게 이병창 2005.09.05 2927
394 쉼표이고 싶다 운영자 2006.01.09 28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