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弔問)
2016.11.24 10:13
조문(弔問)
김수호
아침 안개는
부끄러움이 피워내는 환각이다.
나는 끈적한 안개 한 모금을 삼키고
부끄러움에 취해 손을 뻗었다.
손 뻗은 자리엔 죽은 노목(老木)이 있다.
추한 저 껍데기도 누군가의 버팀목이었다.
해는 오늘도 뜨고 또 다시 지겠지만
죽어버린 아버지는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말라비틀어진 마음에 위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들이쉬었던 상념을 뱉는다.
해는 모르는 새 머리 위까지 왔다.
눈물고인 눈으로 나는
단풍과 둘이서 붉게 노목(老木)을 조문(弔問)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03 | 아프리카로 가는 길 | 이병창 | 2005.09.05 | 2951 |
402 | 바다는 | 이병창 | 2005.09.05 | 2521 |
401 | 동해 낙산 | 이병창 | 2005.09.05 | 2549 |
400 | 매미 소리 속에 매미가 있다 | 이병창 | 2005.09.05 | 2398 |
399 | 아들에게 | 이병창 | 2005.09.05 | 2919 |
398 | 편지 | solpami | 2005.10.01 | 2472 |
397 | 비상하는 님은 아름답습니다. | 김경천 | 2005.10.11 | 2254 |
396 | 모서리를 읽다 | 김경천 | 2005.10.11 | 2377 |
395 | 알마티 가는 길 [1] | 물님 | 2005.12.17 | 3151 |
394 | 쉼표이고 싶다 | 운영자 | 2006.01.09 | 28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