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275755
  • Today : 965
  • Yesterday : 818


조문(弔問)

2016.11.24 10:13

물님 조회 수:1033

조문(弔問)
                     김수호

아침 안개는
부끄러움이 피워내는 환각이다.
나는 끈적한 안개 한 모금을 삼키고
부끄러움에 취해 손을 뻗었다.

손 뻗은 자리엔 죽은 노목(老木)이 있다.
추한 저 껍데기도 누군가의 버팀목이었다.
해는 오늘도 뜨고 또 다시 지겠지만
죽어버린 아버지는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말라비틀어진 마음에 위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들이쉬었던 상념을 뱉는다.
해는 모르는 새 머리 위까지 왔다.
눈물고인 눈으로 나는
단풍과 둘이서 붉게 노목(老木)을 조문(弔問)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3 새해 다짐 -박노해 물님 2023.01.04 1028
402 달의 기도 물님 2022.09.19 1083
401 남명 조식 물님 2022.07.28 1081
400 꽃눈 물님 2022.03.24 869
399 새해에는 단 하나만을 - 박노해 물님 2022.01.08 928
398 소동파의 시 물님 2021.12.18 918
397 절망은 나무 벤치 위에 앉아 있다. 물님 2021.12.09 884
396 -정현종 ‘가을, 원수 같은 물님 2021.10.19 977
395 바람이 바뀌었다 -박노해 물님 2021.08.11 962
394 이육사 유고시 -광야 물님 2021.06.10 1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