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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밤 - 윤동주

2020.03.02 00:12

도도 조회 수:984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의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이런 시인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서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  엊그제 금요일에 강진에 사시는 오목사님을 뵙고 밥을 사드렸었다. 그 분은 뫔힐링센터 오픈식 때 오셔서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시낭송을 해주신 분이시다. 이날도 또 다른 시 하나를 낭송해 주셨는데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이다. 한 자도 틀림없이 낭송하는 데 7분 정도 걸렸다. 마침 오늘 101주년 삼일절에 생각나는 시 한 수 옮겨 적는다. 이름을 부끄러워하며 흙으로 덮는다는 표현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내 전부를 흙으로 덮을 수만 있다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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