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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석불사

2020.05.08 09:27

물님 조회 수:938

익산 석불사


                                               숨 이병창


  

내 어린 날의 추억 속에서

할머니는 힘이 장사셨다

온종일 뙤약볕에서 홀로 밭매던 할머니

고구마밭 밭고랑을 자꾸 세면

밭을 못 맨다고 나무라시던 할머니

초파일이 가까워지는 날

할머니는 커다란 쌀자루를

어깨에 메고 길을 나섰다.

미륵산 못미처 자리한

작은 석불사.

누가 올려 세웠을까.

몸은 백제 시대 불상이라는데

눈이 큰 동네 아저씨의 얼굴이 얹혀 있었다.

목둘레마저 제대로 맞지 않던 부처님이

한순간 나를 보고 웃으셨다

먼저 내가 웃었던 까닭일까

돌아오는 길

부처님이 나를 보고 웃었다고 말해도

할머니는 가던 길처럼

오는 길도 말씀이 없으셨다.

그때 할머니는 어떤 부처님을 만나셨길래

한 말씀도 없으셨을까


 

익산 연동리 석불사의 석조여래좌상은 7세기 전반에 제작된 백제 최대(몸 높이 2.09m, 광배 3.34m)의 환조(丸彫한 덩어리의 돌로 제작한 3차원 입체 조각석불이다후세에 불두를 얹어 놓았는데 광대 형상의 얼굴이라 해서 문화재청과 익산시가 다시 복원한다고 한다그러나 수백 년 세월 동안 지역 민중의 가슴을 보듬어온 불상을 못생겼다고 하는 이유로 바꾸는 것은 함부로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한다수십억 인류의 얼굴이 저마다 다른 것처럼 불상의 얼굴도 다양하게 다를 수 있지 않은가석불사의 석불은 할머니와 옛날 무명의 석공 가슴 속에 자리한 붓다의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불두를 내려놓고 각자가 자신 안에 있는 부처의 얼굴을 올려놓으라고 하면 좋지 않을까대한민국에 그런 절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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