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1644845
  • Today : 313
  • Yesterday : 547


* 제자인 신완순님의 글을 올립니다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

인간의 근본적인 존엄성은 사라지고
금전 만능주의와 집단이기주의가 온 세계에 퍼져
경제적인 발전은 진행되고 있지만
인간 본연 갖고 있는 존엄성과 영성은 쇠퇴하고 있다
조선시대 말에
서양 사람들이 조선을 방문하여
경이(驚異)로운 두 가지를 경험하게 된다
양반들이 사는 크고 넓은 집을 제외한
조선의 대부분의 민초들이 사는 집은
짐승이나 살 법한 낡고 남루한 초가집에 살고 있다는 것은
아직 개화(開化)가 되지 않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들이 정작 놀란 것은
아무리 쓰러져가는 좁고 초라한 초가집이라 해도
어느 집을 막론하고 그 집안에 책이 많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조선에도 거지가 있긴 해도
굶어죽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우리가 잘 모르는 우리의 삶이었다
현재 우리가 문맹률이 세계 최저가 된 것은
우수한 한글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다른 우리 민족 특유의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야 된다는 인문학적 욕구가 강헸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선의 거지는 왜 굶어죽는 사람이 없었을까?
살다보면 어려움이 닥쳐
가산을 탕진하고 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
우리 어렸을 적에는 거지를 동냥아치라 불렀다
바가지 하나 들고
그저 찬밥 부스러기나 반찬거리 남는 것이 있으면
얻어먹는 그런 신세였다
거의 대부분의 집안에서는
내게 남은 찬밥이라도 남는 것이 있으면
거의 박절하게 내쫓지 않고 바가지에 담아주었다
이러한 풍속 때문에 조선에 거지가 있었긴 해도
굶어죽는 거지는 거의 없었다
서양 사람들이 이런 모습에 놀란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가가호호 돌며 구걸하는 거지는 없다
우리 민족 특유의 부지런하고 뚝심 있는 각고의 노력 끝에
세계 10대 경제 강국에 속하는 선진국이 되었다
경제는 선진국이 되었지만
우리의 정신과 얼은 황금의 노예가 되었다
요즘 만약 누군가 구걸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거의 대부분이 박절하게 바가지를 깨버리고
당장 내쫓아버릴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구걸하러 온 사람에게
거지가 된 사연을 묻거나 쪽박을 깨지 않았다
내가 없어서 못 도와줄망정 최소한 업신여기거나
깔보지 않았다
인생사 새옹지마이고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는 것 알았기 때문이고
더 중요한 것은 단군시대부터 내려온 천범(天範)을
지키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아사달에 도읍을 하고 조선을 세운 단군왕검께서
천손민족이 지켜야 할 하늘의 규범인 천범(天範)을
제정하여 홍익인간의 세상을 열어가도록 한 것이다
‘동냥은 못줄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는 것은
천범 속에 나와 있는 다음의 글을 인용한 것이다
---------------------------------------------------
이부경(爾扶傾)하야 무능약(無陵弱)하며 제휼(濟恤)하야
무모비(無侮卑)하라.
이유월궐칙(爾有越厥則)이면 영부득신우(永不得神佑)하야
신가이운(身家以殞)이리라.
너희는 위태로운 사람을 붙들어 도와주고
약한 사람을 업신여기지 말아야 하며
구제하고 긍휼히 여겨 천한 사람이라도 깔보지 말아야 한다
너희가 만일 이런 법칙을 어기는 일이 있다면
영원히 하늘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자신은 물론 집안까지도 망하게 될 것이니라
----------------------------------------------------
지금의 세태는 어떠한가?
돈과 권력 그리고 지식을 가진 자들이
그들만의 아성을 지키기 위해
가진 것 없고 힘없는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깔보고 핍박을 하는 자들이 많다
흔히 말하는 갑질 없는 세상을 원하거든
천범을 알고 지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