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04879
  • Today : 1350
  • Yesterday : 336


가을 저녁의 시

2010.11.18 06:53

물님 조회 수:1331

<가을 저녁의 시>
김춘수

누가 죽어 가나 보다.
차마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 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 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3 새해 다짐 -박노해 물님 2023.01.04 1148
402 달의 기도 물님 2022.09.19 1210
401 남명 조식 물님 2022.07.28 1205
400 꽃눈 물님 2022.03.24 985
399 새해에는 단 하나만을 - 박노해 물님 2022.01.08 1056
398 소동파의 시 물님 2021.12.18 1043
397 절망은 나무 벤치 위에 앉아 있다. 물님 2021.12.09 1018
396 -정현종 ‘가을, 원수 같은 물님 2021.10.19 1096
395 바람이 바뀌었다 -박노해 물님 2021.08.11 1076
394 이육사 유고시 -광야 물님 2021.06.10 1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