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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과 씨름하는 르동

2011.02.21 14:49

구인회 조회 수:2066

 Redon_JacobWrestling with the Angel.jpg

 

                                                       

                  

                         하느님과 씨름하는 르동   


 

 그야말로 인상주의 범람의 시대, 낳자마자 버려진 짐승의 새끼처럼

 제 운명을 걸머지고 신비의 좁은문을 향해 내질러간 고독한 항해사, 

 보이는 세계로부터 보이지 않는 세계를 바라본 꿈과 그리움의 화가

 보르도의 오딜롱 르동(Odilon Redon, 1840-1916)

 

 그의 쓸쓸하고 적막한 현실의 반영인지,  그림의 소재가 눈깔, 머리통,

 눈물 흘리는 거미. 괴기스럽고 어디 제대로 된 것이 없는 그림과

 흑백의 토굴 속에서 버림 받은 한 인간의 절규와 빛을 향해 탈출하려는

 배고픈 영혼의 자유 의지, 그리고 신의 창조물로서 소묘와 석판화 등

 빛과 어둠으로 무장하고 창조의 대열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는 인간적이고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에 그와 함께 울고 전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르동이 흑빛의 세계를 떠나 19C 낭만주의와 20C 초현실주의를

 잇게하는 상징과 기막힌 환타지의 세계를 연결한 장본인이 되었다니, 

 그의 초기 섬뜩하고 미스테리한 그림 만큼이나 신비스런 그의

 변화가 주의를 끌게 됩니다.  또 그가 어떻게 이 흑백의  지긋지긋한

 삶과 예술을 위한 예술의 암흑지대를 건너게 된 것인지....!

 까닭은 둘째치고 자신을 내버린 어머니에 대한 지독한 원망에서일까?

 저주받은 운명처럼 사십이 될 때까지 홀로 산 그에게 문득 다가 선

 스물 일곱의 지적이고 섬세한 '까미유',

"아내를 만난 순간 운명의 여신을 봤다."는 르동의 고백처럼

 '까미유'와의 만남은 르동 인생일대의 극적 대전환을 가져옵니다.

 파리의 제롬에게는 그림, 식물학자 그라보에서는 자연과 인생을,

 브레뎅에게서 소묘와 에칭, 상징주의 시인 말라르메를 통해서 우정과

 상상력을 체득했다면, 연인 '까미유'에게서 절망 속에서 싹튼 사랑과

 잃어버린 희망의 모성母性을 발견했다고나 할까요.

 르동을 위해서 정원에는 각양각색의 꽃밭을 만들고, 꽃을 그릴 때면

 꽃병에 정성껏 야생화를 옮겨온 그녀를 통해서 여인과 아내, 그리고

 어릴적 잃어버렸던 어머니의 원형을 회복했던 건 아닌지요.

 어느새 그의 그림은 무시무시한 싸움꾼이요 고발자가 아니라

 자연으로 돌아가 꽃과 소녀를 그리고, 거룩한 신비의 세계를 자유자재

 넘나들게 됩니다. 특히 쉰살이 넘어 오랜 흑백의 터널을 지나 무한

 채색의 한계를 초월한 그는 영혼속에서 가라앉았다가 솟구치는 강렬한

 빛과 어둠, 신비 넘어  꿈에 그린 세계를 여과 없이 그려냅니다.

 

 위 그림은 르동의 수많은 그림 중에서 자신의 일생을 함축하고 있는

 자전적 그림, '하느님과 씨름하는 야곱'.

"천사와 힘을 겨뤄 이기고 울며 그에게 간구하였으며,"(호 12:4)

 해가 석양에 질 무렵 돌이켜보니 내 인생은 나와 싸우고 부모와 싸우고

 그림과 싸우고 날 새도록 머리를 쳐박고 하느님과 싸워 온 것은 아닌지,

 그러나 내가 싸운 그분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자비의 오른쪽 날개를 들어

 어둠으로 먹칠한 나를 지키시고 구원하신 분이셨다는 사랑의 고백이요, 

 새벽녘 뜨는 해처럼 뜨거운 참회의 눈물을 담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두꺼운 쇠사슬로 자신의 몸과 맘을 어둠에 묶고

 소외와 절망의 한복판에서 몸부림친 '오딜롱 르동(Odilon Redon)'

"죄가 더한 곳에 은혜가 더욱 넘쳤다"든가,

 그 모든 괴롭고 힘든 순간이 사실은

 '나를 나'되게 하려는 하느님의 은혜요 축복이었다는 깨우침을

 르동은 지금 이 그림을 통해서 목놓아 외치고 있습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창 32:27)

 야곱입니다, 회개하며 그가 대답했다.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를 것이 아니요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니 네가 하느님과 겨뤄 이겼음이라."

 

 

                                             'sial

 

르동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