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297273
  • Today : 283
  • Yesterday : 439


신천에서

2011.05.02 10:07

수행 조회 수:2591

 

신천에서                            신현희


어둠 속에 너를 가두고

웅크려 울고 있는 아이야


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잉태되어온 너의 시간은

소유권 상실의 원초적 슬픔


생채기 붉은 실로

고치를 짓게 한 가시바늘은

너의 자만을 위한 경종, 

네 안 천 개의 보화를 위한

나침반의 떨리던 바늘


들리니?

돌돌돌 굽이치는

여울의 노래


고치의 빗장을 풀고나와

은빛 반짝이는 햇살에

오랜 눈물을 말리고


공기 흘러 짜놓은

유백의 보드라운 천

촉각의 더듬이를 세우라


예민한 겹눈 들어

끌어올린 땅 밑 수액

초록물감으로 토해내는

수직 가지들을 보아라


꽃잎 절구에 낙하한 햇살

잘게 부서진 생기 가루 마시고

젊은 갈빗대로 물결 가르는

한 마리 금선어를 따라가 보렴


온전한 숨

방해받지 않는 고요

지금은 탈피의 순간


네가 서 있어야 할 곳은

지난 시간의 고치동굴 아닌

지금, 여기!


결빙의 계절을 뚫고

부활한 생명들의

소리 없는 합창 거룩한

신천에서는


날갯짓 가만 가만

꽃잎 위의 나비로 날으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0 지리산 천은사 [2] 물님 2009.08.06 5077
279 안부 [3] 물님 2009.08.17 4944
278 새벽부터 취하는 날 [5] 물님 2009.11.28 4850
277 물님께 [4] 홍성미 2009.08.20 4735
276 우리 사람이니까요 [91] 지혜 2012.02.25 4732
275 예전에 끄적였던 글.. [5] 세상 2009.10.12 4671
274 상사화 [1] [1] file 물님 2009.06.03 4472
273 나의 사랑 나의 조국 [3] 이규진 2009.10.06 4431
272 기억하자 [1] file 물님 2009.06.11 4374
271 몸을 입은 절망 [3] 도도 2009.12.20 4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