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08475
  • Today : 1276
  • Yesterday : 1341


세상의 등뼈

2011.06.13 23:40

물님 조회 수:1376

 

 

세상의 등뼈

                       정끝별

누군가는 내게 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입술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어깨를 대주고

대준다는 것, 그것은
무작정 내 전부를 들이밀며
무주공산 떨고 있는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져
더 높은 곳으로 너를 올려준다는 것
혈혈단신 땅에 묻힌 너의 뿌리 끝을 일깨우며
배를 대고 내려 앉아 너를 기다려준다는 것

논에 물을 대주듯
상처에 눈물을 대주듯
끝 모를 바닥에 밑을 대주듯
한 생을 뿌리고 거두어
벌린 입에
거룩한 밥이 되어준다는 것, 그것은
사랑한다는 말 대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3 멀리 가는 물 [1] 물님 2011.05.24 1385
172 雨期 [1] 물님 2011.07.29 1384
171 「짐승이 되어가는 심정」 물님 2012.08.13 1383
170 김종삼, 「라산스카」  물님 2012.07.24 1380
» 세상의 등뼈 물님 2011.06.13 1376
168 진은영, 「훔쳐가는 노래」 물님 2012.10.09 1371
167 초혼 [1] 요새 2010.07.28 1367
166 꿈 길에서 1 요새 2010.03.15 1366
165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에 [1] 요새 2010.03.19 1365
164 나는 눈물을 갖기를 원합니다. [2] 요새 2010.06.19 13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