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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19,000살

2011.08.02 17:48

삼산 조회 수:1205

내 나이 19,000살

 

내 나이가 오늘(2011년 8월1일)로 19,000살이다. 나는 하루에 한 살씩 먹는다. 나는 1959년 6월 20일(음)에 태어났다. 이날부터 하루에 한 살씩 계산하니 오늘(8월1일)로 꼭 19,000날이다. 2013년 10월 9일이면 20,000날이 된다. 내 나이 19,000살, 아무도 모르고 나만 아는 내 나이다. 하루나이 세는 것을 유영모선생님에게서 배웠다.

 

사람은 하루에 한 살씩 먹는 것이 당연하다. 한번 죽었다가 다시 살 때 한 살 먹는 것, 일 년에 한 살씩 먹는 것은 나무의 나이다. 나무는 일 년에 한번 죽었다가 되살아난다. 사람은 매일 죽는다. 매일 죽었다가 다시 산다. 바울선생도 말씀하시기를 “나는 매일 죽노라” 했다. 나도 매일 죽는다.

 

오늘 죽는 사람은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할 것이다”

 

오늘 죽는 사람은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룰 수 없다.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이라는 마음으로 사는것, 이것이 종말론적 삶이다. 오늘 죽으니 오늘을 완전하게 살아야 한다.

 

나름대로 역사에 관심을 갖고 역사를 공부하다 보니 내 나이를 착각하는 경우가 있었다.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비잔틴, 현재의 이스탄불)의 멸망(1453년)을 공부하면서 내가 정말 그 곳을 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것도 시간을 훌쩍 거슬러 그 시대를 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투르크의 대포에 함락 되었던 그 해에 역시 대포의 힘으로 프랑스가 영국을 이김으로 백년전쟁이 끝났다. 그 해 우리나라에서는 수양대군이 계유정란을 일으켜 실권을 잡았다. 콘스탄티노플의 함락과 계유정란을 경험한 내 나이는 500살이 훌쩍 넘는다.

 

또 한 번 나이를 크게 먹은 것은 마지막 빙하기를 관심을 갖고 볼 때였다. 아직 인류가 구석기시대를 벗어나지 못한 1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간다. 빙하기의 끝이라 하지만 아직 두께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빙하가 지구를 덮고 있었다. 육지에 있는 빙하가 두꺼운 만큼 해수면은 낮았다. 지금보다 해수면이 수십미터 낮았다. 그 많은 바닷물은 모두 얼음이 되어 육지를 덮고 있었다. 그래서 그 때는 서해바다가 없었다. 지금의 서해바다 한가운데로 거대한 황하강이 흐르고 있었다. 그 때는 코끼리보다 몇 곱절 큰 맘모스가 활보하던 때였다. 아시아와 아메리카 사이의 베링해협도 없었다.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의 조상들은 그곳을 통해서 아메리카로 들어갔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면서 지구 기온은 급상승한다. 전 세계적으로 홍수가 일어난다. 노아의 홍수 설화도 그 때 이야기다. 흑해와 지중해를 이어주는 보스포러스 해협도 그 때 만들어 졌다. 지구의 기온이 오르고 올라 지금부터 3,500년 전쯤에는 지금보다도 기온이 2도정도 더 높았다. 황하강 유역에 코끼리가 살았다.

 

마지막 빙하기를 여행하면서 내 나이는 1만 살 로 뛰어 올랐다. 나이를 19,000살이나 먹다보니 지구기온이 상승한다고 호들갑 떠는 이들이 가소롭다. 석유가 고갈되고 있다는 공갈과 협박을 일삼는 이들의 똥구멍이 보인다. 권력과 재물을 얻으려 안달하는 이들이 불쌍하다.

 

하릴없이 나이만 먹는 이들은 과거는 또렷하되 현실은 흐리며 미래는 아예 생각이 없다. 그러나 제대로 나이 먹은 사람은 과거는 또렷하고 현실은 냉철하며 미래는 희망이다.

 

미래를 알 수 있을까? 알 수 없다고 하는 이들은 생각이 짧은 이들이다. 미래는 알 수 있다. 물론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학문과 생각이 넓고 깊을 수록 미래를 비교적 정확히 알 수 있다. 거의 모든 학문은 미래학이다. 미래를 예측하고 대처하는 것이 학문이다.

미래를 알 수 있을까? 알 수 있다고 호언하는 이들은 모두 거짓말쟁이다. 미래를 예측하고 대처하니 예측한 미래가 바뀌는데 어떻게 미래를 알 수 있을까?

 

나는 나의 미래를 예측한다. 예측은 하는데 대처하지는 않는다. 그저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갈 뿐 미래를 설계할 생각은 없다. 닥치는 미래를 바꿀 생각도 없다. 벌써 늙은이가 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것을 순종이라고 생각하고 신앙이라 생각한다. 盡人事待天命(진인사대천명)이고 無爲自然(무위자연)이다.

 

김홍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