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09509
  • Today : 994
  • Yesterday : 1316


내 유년의 가르침은

2011.11.23 00:07

물님 조회 수:1602

 

 

내 유년의 가르침은

                            물

                   

하와를 유혹한 뱀 때문에

인간이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했다는

전도사님의 설교에 감동을 받고

우리는 형들의 뒤를 따라 나섰다.

뱀을 잡아 죽이자고

이 세상을 서럽게 만든 원수

뱀들을 잡아 죽이자고

우리는 논두렁과 야산을 찾아 헤맸다.

어느 날 전쟁 포로를 잡듯이

제법 큰 뱀 한 마리를 잡아

전신주 옆에 매달아 화형식을 거행했다.

아담은 하와에게

하와는 뱀에게

그러나 말 못하는 뱀은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하지 못했다.

불길 속에서 뱀은 무어라고 항변하며

죽어 갔을까.

뱀마저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라는

가르침은 어디로 간 것일까.

원망과 탓의 비빔밥을 먹어대며 살아가는

인간 세상에서

뱀을 향한 돌팔매질부터 배운

어린 날의 예배당

내 유년의 가르침은 그래서 슬프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0 낙엽 쌓인 숲길을 걸으며 5행시 짓기 [1] 도도 2021.11.09 2628
279 불재에는 - 경배님의 시 file 도도 2018.03.06 3539
278 추석 밑 지혜 2015.10.05 3724
277 산맥 지혜 2015.10.05 3666
276 은명기 목사님 추모시 - 이병창 도도 2015.09.16 3886
275 얼굴 - 영광님의 시 도도 2015.08.12 3917
274 불재 [1] 능력 2015.06.28 3817
273 새날 물님 2015.05.26 3260
272 오늘 도도 2014.11.09 3302
271 회갑에 [2] 도도 2014.10.06 3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