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286974
  • Today : 843
  • Yesterday : 893


언젠가도 여기서

2012.06.18 06:39

물님 조회 수:1210

조은, 「언젠가도 여기서」
 
 
 
언젠가도 나는 여기 앉아 있었다
이 너럭바위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며
지금과 같은 생각을 했다
 
그때도 나는 울지 않았다
가슴속 응어리를
노을을 보며 삭이고 있었다
응어리 속에는 인간의 붉은 혀가
석류알처럼 들어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슬픔의 정수리로 순한 꽃대처럼 올라가
숨결을 틔워주던 생각
감미롭던 생각
 
그 생각이 나를 산 아래로 데려가 잠을 재웠다
 
내가 뿜어냈던 그 향기를 되살리기가
이렇게도 힘들다니……
 
 
  시_ 조은 - 1960년 경북 안동 출생. 시집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무덤을 맴도는 이유』『따뜻한 흙』『생의 빛살』. 산문집 『벼랑에서 살다』『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낯선 길로 돌아오다』『마음이여, 걸어라』 등. 장편동화 『햇볕 따뜻한 집』『다락방의 괴짜들』『동생』 등. 현재  농민신문에 에세이  <시인 조은의 ‘세상을 읊다’> 연재 중.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3 새-천상병 물님 2011.10.31 5528
402 불재 [12] file sahaja 2008.05.22 3484
401 사월의 기도 [8] file 운영자 2008.04.20 3257
400 알마티 가는 길 [1] 물님 2005.12.17 3150
399 키르키스탄 이슼쿨 호수에서 [1] file 송화미 2006.04.23 2997
398 별 헤는 밤 - 윤동주 도도 2020.03.02 2989
397 아프리카로 가는 길 이병창 2005.09.05 2949
396 아들에게 이병창 2005.09.05 2918
395 물님의 당신의 복음서 [1] 운영자 2007.02.07 2915
394 쉼표이고 싶다 운영자 2006.01.09 2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