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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가진 힘 -모리거사

2012.09.07 00:16

물님 조회 수:2774

<모리거사의 차 이야기> 18.

- 차례(茶禮)가 가진 힘 (2)
중국에는 차회(茶會)가 있고, 일본은 다도(茶道)라는 차형식이 있다. 그와 같은 형식에는 모두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들어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차형식(茶形式)은 어떤 것일까? 나는 이것이 한민족의 시원인 고대(古代)로부터 이어지고 있는 ‘차례(茶禮)’라고 앞서 말한 바있다.

문제는 우리의 차형식은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차나무 잎만을 가지고 노는 형식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즉 한민족이 하늘을 만나는 형식이 ‘차’였다. 물론 여기에 녹차 잎이 배제된 것은 아니다. 다만 차를 마시는 형식임은 분명하지만 차의 종류에 있어서, 그 접근이 근본적으로 달랐다는 말이다. 중국이나 일본은 이른바 동백나무과에 해당하는 특정한 나무를 ‘차나무’라 정하고 그 잎을 가지고 노는 것으로 한정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하늘과 인간이 서로 교통하는 전령(傳令)의 역할을 제물(祭物)이 한다고 보고 이를 ‘차’라 일컬었고, 그 차를 마시는 형식이 ‘차례’가 되었다. 다시말해 차(茶)가 차나무 잎만이 아니라 하늘을 만나는 형식에 쓰이는 식품이 차(茶)였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한국의 산천에서 자라는 모든 초목이 차(茶)가 될 수 있었고, 이 차를 나누는 형식을 차례, 혹은 다례(茶禮)라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차례의 형식을 이야기해 보자.

우리네 차(茶)형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차례’와 ‘다례’이다. 차례는 주로 명절과 같은 큰 행사에 치러지는 형식이고, 평상시에는 ‘다례’라는 차 형식을 갖고 있었다. 차(茶)라는 같은 글자를 형식에 차이가 있어 이를 달리 발음했다는 이야기다. 어떻게 말인가? 그것은 대상(對象)이 달랐기 때문이다. 어떻게 말인가?
1) 차례(茶禮)
차례는 예(禮)의 대상이 과거(過去)와 현재(現在)와 미래(未來)였다. 즉 ‘조상(祖上)’과 살아있는 ‘어른’과 ‘후손(後孫)’이었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가족공동체의 단결을 도모하는 형식이 차례였다. 이처럼 눈에 보이는 사람에게 한정하지 않고, 자신을 세상에 보내준 조상 즉 단군할아버지까지 포함시켜 한 가족으로 삼아 한판 놀이를 벌렸던 것이다. 과연 그러한지 그 형식을 살펴보자.

제일 먼저 조상에 감사의 예(禮)로 표하는 형식을 갖었다. 제단(祭壇)에 제물을 올린다음, 온 식구들이 순서대로 조상님께 절을 올린다. 여기에 제물을 어떤 것을 할것인지 어떤 순서로 배열할 것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핵심 요소가 있다. 차(茶)를 올려야 하는 것이다. 하늘에 가족의 소원을 전하는 전령(傳令)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해서 솟대의 뜻하는 ‘茶’라는 제물이 있어야 했다. 한국인들이 술을 올리는 이유도 술이 바로 곡차(穀茶)이기 때문이다. (향(香)을 피우는 것은 솟대의 상징물로 삼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조상에 대한 예(禮)가 끝난 다음 이제 가족 간에 차례를 지내야 한다. 사람들은 제사상에 예를 취하는 것만을 차례로 보는 사람이 많은데, 그것은 유교(儒敎) 때문에 비롯된 잘못된 관습이다. 차례의 핵심은 살아있는 사람들끼리 나누는 형식에 있었다.

명절 차례는 설과 추석이 형식에 있어 좀 다르지만, 기본 취지는 같다고 볼 수 있다. 즉 가족 공동체의 상호 소통(疏通)에 있었다. 설 차례의 예를 들자면, 조상에게 제(祭)를 지낸 다음 제단 앞에 제일 윗 어른이 좌정(坐定)을 한다. 그러면 순서(順序)대로 한 가족씩 절을 올리며 한해의 건강을 빌고, 어른은 아렛 사람에게 덕담을 해준다. 그런 다음 그 가족은 어른의 옆자리에 좌정한다.

이처럼 다음 가족이 또 맨 윗분 순(順)으로 인사하고, 같은 방식으로 건강과 안녕을 비는 덕담을 나누고, 또 그 옆자리에 앉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성년이 있을 경우 세배 돈을 주게 되는데, 그것 자체에도 깊은 뜻이 있다.
즉 아이들로 하여금 어른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서로 소통하는 행위를 매우 즐거운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차례는 가풍을 유지하고 가족 공동체를 유지하는 교육의 기능을 갖게 되었다.

다음 인사가 모두 끝나면 제사상을 물리고 상에 올려진 차를 음복(飮福)을 나눔으로써 일단 차례 형식은 마감한다. 이처럼 가족구성원이 서로 소통하는 형식이 바로 차례의 핵심인 것이다. 다음은 추석 차례를 이야기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