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함석헌
2012.10.06 08:41
산
나는 그대를 나무랐소이다
물어도 대답도 않는다 나무랐소이다
그대겐 묵묵히 서 있음이 도리어 대답인 걸
나는 모르고 나무랐소이다.
나는 그대를 비웃었소이다
끄들어도 꼼짝도 못한다 비웃었소이다
그대겐 죽은 듯이 앉았음이 도리어 표정인 걸
나는 모르고 비웃었소이다.
나는 그대를 의심했소이다
무릎에 올라가도 안아도 안 준다 의심했소이다
그대겐 내버려둠이 도리어 감춰줌인 걸
나는 모르고 의심했소이다.
크신 그대
높으신 그대
무거운 그대
은근한 그대
나를 그대처럼 만드소서!
그대와 마주앉게 하소서!
그대 속에 눕게 하소서
- 함석헌 -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23 | 마음의 지도 | 물님 | 2012.11.05 | 1400 |
222 | 나는 나 I 마에스터 에크하르트 (Master Eckhart) | 구인회 | 2012.07.24 | 1401 |
221 |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 이중묵 | 2009.03.03 | 1405 |
220 | 낙화 - 이 형기 | 물님 | 2012.10.23 | 1408 |
219 | 행복해진다는 것 [1] | 운영자 | 2008.12.04 | 1411 |
218 | 눈 | 물님 | 2011.01.25 | 1411 |
217 | 그리움 [2] | 샤말리 | 2009.01.12 | 1417 |
216 | 한동안 그럴 것이다 | 물님 | 2011.05.05 | 1418 |
215 | 차안의 핸드폰 [3] | 하늘꽃 | 2009.01.13 | 1421 |
214 | 고독에게 1 | 요새 | 2010.03.21 | 1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