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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의 편지 / 라이브

2012.11.06 17:21

가온 조회 수:5408

‘라이브(live)’ 라고 하면 아늑한 조명 아래

연주되는 생음악을 식사와 더불어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자유롭고 넉넉한 분위기를 연상하게 됩니다.

 

그것은 무대를 향하여 정렬된 객석에서

숨을 죽이고 집중하는 연주회나 공연장의 분위기와는

다릅니다.

 

후자가 연주 중심인데 반해 전자는 분위기 중심이요,

후자가 공연을 목적으로 사람이 모인 것이라면

전자는 사람이 있는 곳에서 공연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라이브는 손님 입장에서는 편하고 자유롭지만

연주자 입장에서는 자존감을 살리는 편에서도

연주회가 낫겠지요.

 

그래서 나는 라이브에서는 언제나

연주자와 눈으로 교감을 할 정도로

열심히 감상을 하면서 뜨거운 박수를 보내곤 합니다.

 

그것은 우리를 향하여 열심히 연주를 하는 이들을 위해

그 시간 그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위이기 때문이지요.

 

갤러리 ‘공간’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라이브가 공연만이 아니라

예배도 있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구별된 예배당 막힌 공간에서

믿음의 지체들끼리 예배를 드려왔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오가는 사거리 공간에서

노변(路邊)예배를 드림과 동시에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손님들 앞에서

공연처럼 예배를 드리면서

나는 노변예배와 라이브예배를 체험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그 시간에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지만

마이크를 잡고 예배를 진행할 때면

길을 지나는 이들도 잠시 시선을 던지고,

안에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던 이들도

잠시 귀를 기울입니다.

 

예배시간에 대화를 한다고, 집중을 하지 않는다고

책망을 하거나 불쾌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배드리는 분위기가 싫다고

나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그야말로 내 사역에 예상치 못했던 이러한

노방전도와 노방예배, 그리고

이러한 라이브예배는 힘든 사역이 아니라

오히려 살아 숨을 쉬는 신선한 사역이지요.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마5:15)

 

이 가을에 초목들이 물기를 내리며

살았어도 죽은 듯 숨을 죽이듯

우리도 모두 내려놓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계절 중에 가을은 가장 성스러운 계절입니다.

세상에 거룩한 땅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이 계절, 투명하게 정화된 햇살과

물과 바람이 스치는 곳이라면 모두

거룩한 땅이 될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내 생각, 내 방법으로 굳어져 있었기에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늘 수많은 장애물에

걸려 부딪치고, 부서지고, 찢어지는 것이었지요.

 

차라리 우리가 가을같은 빈 마음을 가진

한 줄기 일렁이는 물과 바람이었더라면

모든 것을 쓰다듬고 씻어주며

평화롭게 지나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예배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도.

그리고 우리의 존재 자체도

하나님께 드려지는 동시에 사람 앞에서는

거룩한 라이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가고 머무는 곳마다

아름답게 정화되기를 바랍니다.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마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