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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창립축사

2009.02.15 18:32

도도 조회 수:1088

2009.2.10(화) 전북 녹색연합 창립대회
최명희문학관에서 열리다...........



      녹색연합 창립 인사의 말


                                                 고문 이 병 창


일전에 실상사 도법스님과 대화하다가 지난 몇 년 동안 탁발순례를 하면서 6만여 명의 사람들을 만났는데 한 가지 놀라운 특징은 사람들이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지역에 대해서 무지하다는 사실을 발견 했노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본인이 살고 있는 산내면 지역을 더 잘 알고 또 사람들을 만나가는 일을 금년에 해야 하겠다고 작심하셨답니다. 그에 이어서 전북의 진보적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 지역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챙겨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노력을 함께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말씀을 했습니다.


정부만 쳐다보고 서울 중심으로 움직이는 시선에서 지역을 먼저 살펴보는 지혜가 무엇일까? 우리는 20세기의 관점으로 21세기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10년, 20년 후를 내다보는 사회운동 방향은 무엇인가? 우리국민의 생명의식,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높이고 국민의 주권의식과 민주주의의 가치의식을 드높이는 노력을 어떻게 펼쳐야 하는가? 에 대한 물음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공감을 함께 한바 있습니다. 저는 그 물음의 연장선상에 오늘의 모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녹색 연합이 우리의 발밑을 먼저 잘 챙겨나가는 모임이었으면 합니다.


발밑 얘기가 나왔으니 잠시 전주와 전라도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全자는 완전하다는 뜻 아닙니까. 사람 살기에 가장 완전한 조건을 갖춘 곳이 전주요 전라도라는 말이지요. 제가 전주소방서 부소장님과 식사를 한 적이 있는 데 인구 50만 이상의 도시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불이 안 나는 도시가 전주라는 얘기를 들은 바가 있습니다. 그분 말로는 전주의 도심을 흐르는 전주천이 적당한 습도를 유지해 주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거예요. 사실 이 전주천도 깨끗하기로는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명물이 아닙니까. 거기에 억새가 이 겨울에도 소박한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도시에 흐르는 물의 탁도는 그곳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민심과 의식 수준을 반영한다고 합니다. 전주천이 그만큼 깨끗하다는 것은 전주사람들의 맑은 의식과 문화적 수준을 알려주는 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전주는 한국의 지방도시 중에서 문화적 자급도시로 분류할 수 있는 풍부한 문화적 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사람이 안와도 공연할 수 있는 문화적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이면 소리문화전당 명인홀에서 무료로 수준높은 국악관련 공연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 외부에서 손님 오시면 잘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판소리를 비롯해서 한국의 전통문화의 핵심 요인들을 전북이 간직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지난 1월달에 아프리카 케냐에 가서 한국의 도자기 문화를 전하는 일을 하고 왔습니다. 아직도 그들은 토기를 겨우 만들어서 겉에다 페인트 칠을 해서 팔고 있었습니다. 높은 온도를 낼 수 없고 유약이 없다 보니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지요. 나무재를 가지고 잿물 유약을 만들어 사용한 그 옛날의 우리 조상님들의 문화적 유산이 얼마나 귀한 것인가를 새삼 다시 느끼고 왔습니다.


전주의 자랑스런 역사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치열한 의병운동의 역사입니다. 전북 사람들만큼 의로운 피를 많이 흘린 곳이 없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전주는 일본군의 침략을 스스로 막아 지켜 냈고 다른 지역 까지 나가서 싸워줬습니다. 다른 지역 의병들은 자기 지역에서만 싸웠는 데 전주 사람들은 타 지역까지 나가서 싸웠습니다. 행주산성 전투 병력은 권율장군이 이끌고간 바로 이곳의 우리 선조들이었습니다. 심지어 경상도의 곽재우장군에게 까지 군량미를 보냈습니다. 그러기에 이순신장군은 난중일기에서 전라도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고 말했던 것이지요.


전북은 갑오동학 혁명의 땅입니다. 봉건적 군주제도의 땅에서 일방적 행정 행위에 대하여 제동을 거는 집강소가 민중에 의해서 설치되었던 곳입니다. 예전의 자료를 보니까 가까운 금구에서도 5천명의 농민군이 모였고 김개남 장군의 묘가 가까운 산외 상두산 자락에 있습니다. 지금은 5백명 모으기도 어려울 만큼 농촌이 죽었지만 그래도 그 의기는 이 땅에 면면하게 흘러왔다고 생각합니다. 한 지역의 남자들이 몰살 당하면 그것을 회복하는 데 백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이제 한 세기가 훌쩍 지나갔습니다. 이제 우리들이 조상들의 대동세상을 지향했던 개혁의지를 되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북의 민중 신앙은 미륵신앙입니다. 미륵신앙은 눈물과 고통 없는 정토 세상에 대한 염원을 가진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신앙이고 그 세상을 용화세상이라고 합니다. 금마의 미륵사와 용화산은 우리 지역의 신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데 미륵사지 석탑 사방에는 손을 가슴에 댄 석상이 있습니다. 저는 그 석상을 어렸을 때부터 자주 보아 왔습니다. 그 석상의 손길이 의미하는 것이 과연 무었이겠습니까. 그것은 기다림입니다. 백제와 후백제를 이어온 우리 선조들의 꿈과 희망, 억압과 설움 속에서 인간다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땅에 선조들의 꿈을 부활시켜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나는 녹색 연합이 그 꿈을 우리 지역에서 이루어가는 운동이었으면 합니다. 녹색은 가슴 의 색깔입니다. 녹색은 생명의 칼라이고요. 나무에서 생명의 기운인 물이 빠지면 갈색 낙엽이 되고 맙니다. 나무에서 물은 비유하자면 우리 인간에게 사랑입니다. 녹색운동은 생명운동이고 생명운동은 사랑운동입니다.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통한다고 하는 천민자보주의 몰락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습니다. 인간 세상에서 믿음이 사라지고 사랑이 사라진 경제 시스템이 얼마나 허무할 수 있는가를 요즘의 신용경색 사태가 잘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실의 뿌리는 신뢰가 깨어지고 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생명의 고귀한 가치가 짓밟혀 왔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 지역에서 새롭게 일어나는 녹색연합 운동이 인간의 가슴을 앞장서서 회복하게 하는 단체가 될 수 있도록 이 자리에 모이신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대우 받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전북이 될 수 있도록 이곳에 모이신 여러분들이 앞장서서 해 주실 거라고 믿으면서 제 말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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