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 말하는 고려인들의 비석
2006.04.23 20:47
카자흐스탄 우수토베
이 병 창
나라를 잃으면 사람도
개가 된다고 했던가
어느 날 갑자기 개처럼 끌려와
내던져진 고려인의 벌판
살아 남기 위하여
오직 한목숨 부지하기 위하여
파들어간 우스토베의 땅굴 앞에서
나는 망연하게 지평선만 바라 보았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십여만의 생목숨이 죽었다는 데
피묻은 역사의 현장에는
죽어서 말하는 비석들만 줄지어 있다.
까라딸 검은 강물처럼
타들어 간 가슴들을 오늘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나는 여기 비운의 땅에서
통곡의 벽 하나 갖지 못한 조국을 생각한다
지금쯤 나라와 민족을 위한다는 목청소리로
도배질 당할 조국을 생각한다.
일천구백삼십칠년 시월을 기억하라고
또다시 개처럼 끌려 살면 안된다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한다고
우스토베 원혼들의 소리를 듣고 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03 | 선비가 가을을 슬퍼하는 이유 | 물님 | 2020.09.09 | 661 |
402 | 이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서 | 물님 | 2020.04.29 | 674 |
401 | 자작나무 | 물님 | 2020.10.24 | 677 |
400 | 수운 최제우(崔濟愚)의 시 | 물님 | 2020.08.04 | 685 |
399 | 날들은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박노해 | 물님 | 2020.06.30 | 689 |
398 | 이스탄불의 어린 사제 | 물님 | 2019.12.18 | 697 |
397 | 내가 바다에 도착했을 때 | 물님 | 2020.05.08 | 697 |
396 | 세사르 바예호 | 물님 | 2017.11.02 | 713 |
395 | 유언장 -박노해 | 물님 | 2020.12.30 | 720 |
394 | 가면 갈수록 | 물님 | 2020.01.15 | 730 |
..........
가슴이..
부끄러움으로 물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