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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Red) - 생존을 위한 투쟁에서 살림의 에너지로

이병창 (시인. 진달래교회목사)

 

 

나는 이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고

예수는 말했다.

그 세상은 나의 가슴

나의 발과 손이었다.

하늘의 불은

땅의 불이 되고

나의 불이 되었다.

세상은 불꽃놀이 판

햇빛이 나무가 되고

풀잎이 되듯

나도 너도 불을 받아

불이 되어 가는 길

인생 길.

- Red -

 

금년은 붉은 원숭이의 해라고 하여 패션계는 레드 칼라를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레드칼라는 이미 한국인에게 가장 가까이 와있고 익숙한 칼라이다. 대한민국 국기의 태극은 빨강과 파랑이 그려져 있다. 개인적 소견으로는 한국인의 전통사상이자 한글창제의 뿌리인 천지인의 삼재를 나타내는 삼태극이 아닌 것을 참으로 애석하게 생각한다. 전주에서 생산되고 있는 부채에는 삼태극이 선명하다. 삼태극은 하늘, , 인간이 하나이며, 우리라는 삼진법의 영적 시스템을 잘 보여주고 있다. 현재 사용하는 태극기에는 인간을 상징하는 노랑이 빠져있다.

빨강은 불의 에너지이자 땅의 칼라이다. 생존과 각성, 정상을 향하여 맨 앞장서고자 하는 열정의 에너지이다. 인간의 눈을 가장 강력하게 잡아 이끄는 빨강은 생명의 정수인 피를 연상하게 한다. 레드는 진동의 파장이 가장 긴 칼라이다. 레드보다 더 느려지면 시야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적외선이라고 한다.

레드를 좋아하는 나라를 중국이라고 생각하지만 영국이나 프랑스는 중국보다도 더 레드를 건축물과 생활공간에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붕을 레드로 칠하는 전통이 있다. 우리나라 역시 레드에너지에 있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라이다. 한국인 입맛의 핵심인 김치와 고추장은 레드를 일상생활에서 먹고사는 한국인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고구려와 발해, 고려 시대에는 레드에너지가 그나마 활발하게 피어날 수 있었지만 조선과 일제 강점기, 그 뒤를 이은 좌우익의 피 튀기는 이념 대결의 연장선에서 한국인에게 있어 레드 에너지는 지하로 스며들게 되었다.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2002년 월드컵 4강 때, 그동안 억압되어 왔던 좌절의 레드 에너지는 붉은 악마라는 이름으로 표출되었다. 그것은 한국인의 분노와 좌절의 레드에너지가 승화되는 사건이었다. 한국인은 레드의 불같은 신명이 일어날 때 상상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힘을 약화시키고 죽이는데 골몰하고 있는 오늘의 조잡한 정치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고 안타깝다.

 

레드 : 생존과 생식

 

레드는 몸의 위치로는 1차크라의 위치인 생식기관과 연관이 있다. 그것은 가장 원초적인 에너지이다. 남자는 불알과 전립선이고 여자는 자궁과 질이다. 불알이란 남성에게 있어 불 에너지 발산의 원천이다. 여자에게 있어 불 에너지의 핵은 클리토리스이다.

생존과 면역력의 에너지는 인간의 생명 유지와 종족보전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다. 섹스와 연관한 19금 책을 빨간책이라 하고 매춘의 거리를 홍등가라고 부르는 것도 레드의 한 특성을 보여준다. 생명을 살리는 목적의 단체는 주로 레드를 상징으로 사용한다. 적십자사의 깃발, 구세군의 빨간 냄비, 소방차등이다. 빨간 우체통은 신속성의 칼라인 레드의 또 다른 특성이다. 레드는 동물의 살을 파는 정육점의 칼라이다. 투우사의 빨간 망토는 생명을 걸고 싸우는 현장의 피 냄새와 열광적인 흥분을 연상하게 한다.

자식들이 성장하여 첫 월급을 받으면 어머니에게 빨간 내의를 선물하는 전통이 있다. 그것은 생리가 끊겨진 여성으로서의 어머니에게 레드의 생식에너지를 선물하는 아름다운 일이다. 정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는 레드 내의를 입고 레드식품이나 과일을 섭취할 필요가 있다. 복분자나 홍삼, 수박등의 레드 식품은 적절한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레드는 각성의 에너지가 있다. 레드에너지가 강한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를 회피하는 사람들을 직면시키고 사람들의 의식을 깨워내는 선각자적 에너지가 있다. 그것은 새벽을 힘찬 목소리로 깨우는 수탉 같은 일깨움의 에너지이다. 그런데 시도 때도 없이 수탉이 꼬끼오소리를 낸다면 그것은 매우 불편한 일이 될 것이다. 때를 아는 것이 지혜의 핵심이라 한다면 레드의 사람들에게는 적절한 타이밍과 절제를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는 변화해야 할 때 지금까지의 익숙함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그래야 성장과 행동할 수 있는 힘을 행사하게 된다. 가장 큰 폭력은 익숙함이다. 알 껍질 속에서 병아리가 되었다면 빨리 나와야지 익숙한 공간에 계속 머물러 있다면 자신을 죽이는 자해적 폭력이 되고 말 것이다. 개인이나 사회에 개혁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요즈음 한국문화가 한류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 그것은 한국인의 각성시키는 레드에너지가 새벽의 수탉처럼 온 세계를 깨우는 현상이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날 때 어머니와 연결되었던 탯줄이 끊어지는 분리감의 경험이 있다. 완벽한 보호와 공급이 이루어지던 태아시절이 끝이 나는 분리의 경험은 스스로 숨 쉬고 먹어야하는 생존이슈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또 다른 의식의 변형이 이루어지는 죽음 역시 어머니 지구와의 연결이 육체적으로 끊어지는 분리의 경험이다. 인간의 깊은 무의식 속에는 분리와 생존의 공포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생존이라는 자기 보존의 본능은 두려움에 뿌리를 둔 인간의 성격을 이해하는 중요한 주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분리감과 생존이슈가 주는 이 뿌리 깊은 공포를 우리는 어떻게 건너갈 수 있을까?

 

내 가슴에는 어떤 불이 타고 있는가?

생존의 장에서는 나와 너의 투쟁이 있다. 하늘(불르)에는 울타리와 금이 없지만 땅에는 내 것과 네 것을 챙겨야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 의식이 성장하고 성숙해질수록 생존의식에서 파생되는 집착과 강박 단계에서 나와 너를 함께 살리고자 하는 살림의 지혜를 구사하게 된다. 이 지혜의 태양이 내면에서 떠오를 때 그 빛을 모아 불을 일으키는 의식의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그것은 자신이 지구에 온 목적, 곧 자신의 소명을 아는 일이다. 그것은 포도로서의 가 썩지 않는 포도주 같은 로의 의식 변형이다. 모세가 자신의 소명을 받은 호렙산에서 불꽃이 이는데도 떨기가 타지 않는 불을 보았다는 이야기도 바로 이런 의미일 것이다.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여러 가지 각양각색의 불길이 타고 있다. 그 중에는 정욕과 시기심의 불, 돈과 명예의 탐심에 타오르는 불도 있다. 그렇다면 나의 가슴 속에는 지금 어떤 불이 타고 있는가? 확인해보자. 예수는 자기 가슴 속에서 타오르는 불에 대하여 이런 말씀을 하였다.

나는 이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이 불이 이미 타올랐다면 얼마나 좋았겠느냐? 내가 받아야 할 세례가 있다. 이 일을 다 겪어낼 때 까지는 내 마음이 얼마나 괴로울지 모른다” (루가복음 12:49-50)

 

하느님이 머무는 성소는 소명의 불꽃이 타오르는 인간의 가슴이다. 하느님의 사람들은 가슴이 뜨겁게 살아있는 사람들이었다. 그 불을 투명한 클리어의 통합적 지혜로 풀어내는 것이 그리스도 의식이다. 종교의 위기는 가슴의 불이 꺼진 인간, 불 꺼진 제단에 있다. 이렇게 되면 종교는 인간의식을 잠재우는 아편이 되고, 맛을 잃은 소금이 되어 역사발전을 저해하는 사회적 암이 되고 말 것이다. 열정도 소명의식도 사라져가는 이 땅의 제단에 필요한 것은 갈멜산에 내린 엘리야의 불이요, 그리스도 예수의 가슴 속에서 타오르던 불이다.

레드는 집중과 몰입의 에너지가 있다. 레드 상태에 있다는 말은 하나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집중은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화가 날 때 상대방에게 분노의 에너지를 쏟아 붓는 집중이 있고 자기 자신 안에 있는 근원적 불길(영혼)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명상은 바로 이 내면의 불을 향한 집중을 말한다. 몸이라는 렌즈로 의식의 초점을 모아 진리의 태양빛을 모을 때 불이 일어나게 된다. 불을 일으키고, 불이 되고, 불을 이 세상에 지르는 사람이 그리운 세상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레드의 투쟁이 나와 남을 함께 살리는 살림의 에너지가 될 때 육체적 생명 에너지는 물질을 초월하는 에너지로 승화된다. 자신의 소명을 바로 알고 그 소명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은 레드를 제대로 알고 레드를 레드답게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삶의 에센스인 사랑을 제대로 전할 수 있다. (mo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