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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남이나 해탈이란 나 아닌 것들을 나로 아는 동일시의 착각에서 깨어남을 말한다. 순간순간마다 변화무쌍한 생각과 감정들을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는 인간의 현실은 얼마나 혼란스러운 것인가. 그나마 죽음이 있어서 움켜쥐고 있는 그 수많은 것들이 환상이었음을 뒤늦게나마 깨닫게 됨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하지만 이승의 마지막 순간이거나, 아니면 몸을 벗고 난 뒤에서야 죽음의 커텐 너머에서 그동안 부대꼈던 인생이 한마디로 꽝이었음을 알게 된다면 그 또한 얼마나 허무한 일이겠는가.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하나님을 향해 당신이 안에 있는 동안 나는 당신을 밖에서 찾았습니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그가 성인으로 추앙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죽고 난 뒤가 아니라 살아있을 때 자신의 실상을 자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 안과 밖의 혼동은 삶의 혼란 그 자체이다. 그런 정신 착란의 나를 바라보는 것은 한없는 부끄러움이기도 하지만 인생의 행운이기도 하다. 과거의 회한과 미래의 불안, 그리고 가진 것들의 소멸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는다는 것은 나 아닌 나로부터의 해방이고 완성이다. 그때 우리는 지금 여기를 살 수 있다. 삶에 대해 를 묻지 않고 에스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