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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고사장 앞에서 손을 호호불며, 혹은 교문에 엿을 붙이며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는 엄마는 내엄마가 아니다.

첫 출산을 앞둔 딸 옆에서 함께 진통하고 손을 잡아주는 엄마는 내엄마가 아니다.

이만하면 되었다고 칭찬하는 엄마는 내엄마가 아니다. 

"그동안 공부한대로 시험보고 오너라~"
담담하게 배웅하시는 엄마모습 보며 시험은 원래 그렇게 긴장할 일이 아닌줄을 알게 되었고

"애기가 그렇게 쉽게 안나온다. 
할일이 많으니 밭을 둘러보고 가마~"
앞장서지 않은 엄마 덕분에 서울서 단박에 달려온 시어머니와 남편과 함께 아들을 출산했다. 지금도 내겐 시어머니와 원장님사모님이 내 옆에 나란히 누워 도란도란 당신들 출산하던 이야기를 나누며 자궁문 열리기를 기다리시던 장면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어려울게 뭐 있냐? 내가 너라면 하늘이라도 날아다니겠다~ 
나는 네가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
주중엔 방송일 주말엔 피아노 레슨으로 만족하며 살 때, 내 어릴적 꿈은 선생님이었다는 걸 늘 상기시켜 주시던 엄마 덕분에 교대편입에 다시 도전하여 결국은 교직에 몸담게 되었다.

남편이 집에 없는데 자정이 넘어 연습이 끝나는 날은 혼자 운전하며 비봉까지 들어오기가 힘들어 5분 거리에 있는 친정에서 자고 오곤하였다. 그런 날 아빠는 꼭 집 앞에 손전등을 들고 나와 계셨다. 엄마는 목욕물을 받아놓고 풀멕인 잠옷을 곱게 다려놓고 나를 기다리셨다. 늦게나마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딸에게 보내주시는 부모님의 응원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부모님께서 공연 하루 전날! 
내 집에 오셨다. 연습한다고 거의 팽겨쳐 둔 내 살림을 찬찬히 둘러보시고는 조용히 나를 부르셨다. 
"에미야~ 
뮤지컬이 그렇게 재밌냐? 
그래도 이건 아니다이? 
김서방 어려운 줄 알아야 한다이? "
"네..............."  

부모님은 토요일 첫공연을 보셨다. 공연이 끝나고 엄마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다시 나를 부르셨다.
"아야~~ 뮤지컬이 재미는 있구나~ 어쩌끄나? 살림도 해야것고 뮤지컬도 해야것고~~~"

ㅋㅋㅋㅋ 
엄마가 내 맘을 알아주신다!
내 속에 엄마 피가 흐르고 있는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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