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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님 익산 석불사

2020.04.15 16:16

도도 조회 수:1080


익산 석불사


                                               숨 이병창


  

내 어린 날의 추억 속에서

할머니는 힘이 장사셨다

온종일 뙤약볕에서 홀로 밭매던 할머니

고구마밭 밭고랑을 자꾸 세면

밭을 못 맨다고 나무라시던 할머니

초파일이 가까워지는 날

할머니는 커다란 쌀자루를

어깨에 메고 길을 나섰다.

미륵산 못미처 자리한

작은 석불사.

누가 올려 세웠을까.

몸은 백제 시대 불상이라는데

눈이 큰 동네 아저씨의 얼굴이 얹혀 있었다.

목둘레마저 제대로 맞지 않던 부처님이

한순간 나를 보고 웃으셨다

먼저 내가 웃었던 까닭일까

돌아오는 길

부처님이 나를 보고 웃었다고 말해도

할머니는 가던 길처럼

오는 길도 말씀이 없으셨다.

그때 할머니는 어떤 부처님을 만나셨길래

한 말씀도 없으셨을까


 

* 익산 연동리 석불사의 석조여래좌상은 7세기 전반에 제작된 백제 최대(몸 높이 2.09m, 광배 3.34m)의 환조(丸彫. 한 덩어리의 돌로 제작한 3차원 입체 조각) 석불이다. 후세에 불두를 얹어 놓았는데 광대 형상의 얼굴이라 해서 문화재청과 익산시가 다시 복원한다고 한다. 그러나 수백 년 세월 동안 지역 민중의 가슴을 보듬어온 불상을 못생겼다고 하는 이유로 바꾸는 것은 함부로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십억 인류의 얼굴이 저마다 다른 것처럼 불상의 얼굴도 다양하게 다를 수 있지 않은가. 석불사의 석불은 할머니와 옛날 무명의 석공 가슴 속에 자리한 붓다의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불두를 내려놓고 각자가 자신 안에 있는 부처의 얼굴을 올려놓으라고 하면 좋지 않을까, 대한민국에 그런 절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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