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258905
  • Today : 448
  • Yesterday : 638


고요하여라 나의 마음이여

2012.06.20 19:39

구인회 조회 수:2626

 

1950_8_4_Gibran.jpg

 

 

 

 

1950_8_1_Gibran_cat-250x300.jpg

                                                                              칼릴 지브란[Kahlil.Gibran]

 


고요하여라 나의 마음이여

 

1.  고요하여라, 나의 마음이여 우주는 너의 소리를 듣지 않는다네.

고요하라, 나의 마음아 슬픔과 탄식으로 무거워진 하늘은 너의 노래들을 견딜 수 없으리라

고요하여라 밤의 환영들은 네 신비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지 않고 어둠의 행렬은 네 꿈 앞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기에

고요하라 나의 맘이여 새벽녘까지 고요하여라

끈기있게 아침을 기다리는 자 힘차게 아침을 맞을 것이요 빛을 사랑하는 자 빛의 사랑을 받으리니.

고요하여라 나의 마음아 나의 말을 들어보아라

꿈 속에서 나는 사나운 화산 위에서 노래하고 있는지빠귀 소릴 들었고 흰 눈 위로 고개를 내미는 나리꽃 한 송이를 보았다네

묘비 사이에서 춤추고 있는 벌거벗은 천녀(天女)와 해골을 갖고 놀며 웃고 있는 아이를 보았네

이 모든 걸 나는 꿈에서 보았다네

잠에서 깨어 옆을 둘러보다가 사납게 폭발하는 화산을 보았네

하지만 지빠귀의 노래소린 들을 수 없었지

언덕과 골짜기에 흰 눈을 흩뿌리는 하늘은 그 흰 수의로 나리꽃을 고요히 감싸고 있었네

또한 줄지어 서 있는 무덤을 보았지

고요한 세월 앞에 서 있는 무덤 거기엔 춤추는 이도 기도하는 이도 하나 없었네

그리고서 바람의 웃음소리만 들려오는 해골의 언덕을 보았네

슬픔과 탄식밖에 보이지 않았지

그러면 꿈의 즐거움은 어디로 떠나갔나

우리 잠 속의 빛나는 광채는 어디로 숨었나

그 빛의 이미지는 어떻게 사라졌나

그 갈망의 그림자가 잠과 함께 돌아갈 때까지 영혼은 어떻게 참고 견뎌낼 수 있을까

 

 

2. 고요하여라, 나의 마음이여 나의 말을 들어보아라

나의 영혼이 오래고 강한 나무였던 건 바로 어제의 일이었지

대지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무한한 창공에 가지를 펼치며 봄에 꽃 피우고, 여름에는 열매를 맺었네

가을이 되자 나는 은쟁반에 그 과일을 모아 네거리 갈림길에 놓아 두었네

지나는 사람들이 열매를 집어먹고 제 갈 길을 가도록 가을이 지나 가을의 노래는 흐느낌과 비가(悲歌)로 바뀌었고

나의 쟁반을 바라보니 단 한 개의 과일만이 남아 있었네

맛을 보니 그건 알로에처럼 썼고 덜 익은 포도처럼 시더군

 "슬프도다 나는 사람들의 입술에 저주를 내렸고 그 마음에 증오를 채웠구나

나의 영혼아 그렇다면 너는 대체 무엇을 한 것이냐

네 뿌리가 대지의 가슴에서 빨아들인 달콤함과 네 큰 가지들이 태양의 빛에서 마신 향기로움을 가지고 대체 무엇을 한 것이냐"

그 자리에서 내 영혼의 오래고 튼튼한 나무를 뽑아버렸네.

과거로부터 베어내고 천 번이나 되는 봄과 가을의 기억에서 지워버렸다네

그리고 또 다른 곳을 택해 내 영혼의 나무를 심었다네

시간의 길목에서 멀리 떨어진 들판에 나무를 세우고 내 눈물과 피를 뿌려주면서 그 옆에서 밤을 지새웠다네

 "피 속에는 향기가 있고 눈물에는 달콤함이 있지"

봄이 되자 내 영혼의 나무는 다시 꽃을 피웠고 여름이 다가오자 열매를 맺었다네

가을이 되어서 다시 한번 익은 과일을 모아 사람들이 모이는 길목에 금쟁반에 담아 내두었네

많은 이들이 지나갔지만 아무도 집으려 하지 않았네

하나 집어 먹어보니 꿀처럼 달콤했지 과즙처럼 감미롭고 쟈스민의 향처럼 은근하며 바벨론의 포도주처럼 달았다네.

나는 큰 소리로 외쳤네

"사람들은 입술에 머무는 행복이나 마음 속에 필요한 진실은 원치 않는구나 행복은 눈물의 딸이고 진실은 고통의 아들이기에"

그리고서 시간의 길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심겨진 내 영혼의 외로운 나무 그늘에 돌아와 앉았네

 

 

3. 고요하여라 나의 마음이여 새벽까지 고요하여라

고요하여라 하늘은 죽은 것들의 내음으로 무거워졌고 네 살아있는 숨결을 들이쉬지 못한다네

고요하여라 나의 마음이여 나의 말을 들어보라

바로 어제 나의 생각은 한 조각 배와도 같이 대양의 파도에 흔들리며 해변에서 해변으로 바람따라 다녔네

내 생각의 배는 텅 비어 있었고 무지개 색의 물감으로 가득찬 일곱 개의 유리병이 있을 뿐이었지

바다를 떠다니는 게 지루해지자 난 말했네.

"내 생각의 빈 배와 함께 내가 태어난 항구로 돌아갈 것이다"

항해를 하면서 나는 일곱 색깔로 배의 옆면을 칠하기 시작했네

지는 해처럼 황금 색으로 하늘같이 푸르게 진홍빛 아네모네처럼 붉게 빛났지

더불어 내 배의 돛과 키에도 사람들의 눈을 끌 그림을 그렸다네

 그리고서 보니 내 생각의 배는 바다와 하늘 이 무한한 두 곳 사이를 떠도는예언자의 모습이었네

나의 배가 항구에 닿자보라 모든 사람들이 나를 만나러 와 있구나

고함치고 즐거워하며 나를 환영하고 도시 안으로 맞아들였네

탬버린을 치면서 갈대피리를 불면서 이 모든 것은 내 배가 그들에게 매혹적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네

그러나 내 생각에 배에 올라온 이는 아무도 없었고 또 내 배가 빈 채로 항구로 돌아왔음을 아는 자도 없었다네

 나는 혼자 중얼거렸네

"나는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어 일곱 색깔 유리병으로그들의 눈과 마음 속의 눈 모두를 속이고 있는 거야"

일 년이 지나고서 다시금 내 생각의 배에 올라 바다로 나갔네

동쪽 섬으로 배를 몰아서는 몰약과 유황, 백단향을 남쪽 섬으로 찾아가서는 황금과 비취 에머랄드와 모든 보석을 복쪽 섬에서는 보기드문 비단과 벨벳 온갖 자수품을 그리고 서쪽 섬으로 가서는 갑옷과 창 검을 구했다네

이렇게 내 생각의 배를 지상의 값 비싸고 진귀한 것으로 가득 채웠네.

내 도시의 항구로 돌아오며 마음 속으로 말했다네

 "이제야말로 나를 찬양받을 만한 사람으로 여겨주리라

이제 사람들은 노래하고 피리부는 시장터로나를 인도하리라"

그러나 보라 항구로 돌아왔을 때아무도 나를 환영해주거나 만나러 오지 않았다네

도시의 거리를 홀로 들어갔으나 아무도 나을 돌아보지 않았지

시장에 서서 내가 가져온 대지의 열매와 값진 물건에 대해 모두 말해주었지만

사람들은 비웃은 얼굴로 조롱하며 내게서 등을 돌렸다네

낙심한 나는 항구로 돌아왔네 내 배를 보자마자 나는 깨달았네

값진 물건을 찾으며 항해하는 동안 내가 주의하지 않았던 것이 있었음을

그래서 나는 굴욕감으로 치를 떨며 소리쳤네 "아바다의 파도가 내 배의 일곱 색채를 씻어버렸구나

이제 해골처럼 남아있을 뿐 바람과 폭풍 햇볕이 내 배의 돛에서 놀라움과 기쁨의 이미지를 지워버렸으니

빛 바래고 갈갈이 찢긴 모습 말고 이제 무엇이 더 보이겠는가

바다 위를 떠도는 상자에 지상의 값 비싼 보물을 모아서 사람들에게 나 돌아왔건만 내게서 등을 돌리는구나

그들은 다만 밖으로 드러난 것밖에는 보지 못하는구나"

바로 그 순간 내 생각의 배를 버리고 주검의 도시를 찾아갔네

거기서 나는 무덤 한가운데 앉아서 그 무덤의 비밀을 깊이 생각해 보았네

고요하여라 나의 마음아 여명이 밝아올 때 까지 고요하여라

고요하여라 폭풍우가 네 속의 속삭임을 조롱한다 해도

고요하여라 내 마음이여 새벽녘까지 아침을 참을성있게 견디는 자 아침이 그를 부드럽게 안아주리니

보아라 나의 마음이여 새벽이 다가오는 것을 말해보라

너에게 아직 말할 힘이 남아 있다면 보아라

나의 마음아 아침의 행렬을 아침을 맞는 네 속의 노래를 밤의 침묵이 휘저어 놓진 않았는가

보아라 골짜기 위를 나는 비둘기와 지빠귀를.

새들과 함께 날 그대의 날개는 밤의 두려움으로 더 강해지지 않았는가

보아라 목자가 우리에게서 양떼를 인도하는 것을

푸른 풀밭으로 따라가려는 그대의 바램을 밤의 그림자가 재촉하지 않았는가

보아라 포도밭으로 서둘러 가는 젊은 청년과 아가씨를 일어나서 그들과 함께 가지 않으려는가

일어나라, 나의 마음이여. 일어나서 새벽과 함께 움직여라.

밤이 지나가고 그 두려움은 검은 꿈과 함께 사라져버릴 것이기에 일어나라,

나의 마음이여 노래에 그대의 목소리를 실어보라 새벽과 함께 노래 부르지 않는 건 어둠의 자식 뿐이기에



 
The Moment / Kenny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