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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게로 "천사들의 노래"

2011.02.26 10:02

구인회 조회 수:2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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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게로 "천사들의 노래"     


 

 산에 오르는 두 갈래 길,하나는 옛부터 걸어온 호젓한 오솔길,

 다른 하나는 고르고 넓직한 신작로, 사람들은 행길이 나자 

 너나 할 것 없이 새길로 갔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만은 변함없이 옛부터 혼자서 걸어온 소롯길을 향합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새 길이 났는데 왜 헌길로 가냐고 바보 꼴통이라며

 성질을 내고 욕지꺼리를 해댔습니다. 그 사람은 그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계속 길을 가다 그 길에서 만난 숲의 정령이며

 요정, 꿈 많은 천사와 소녀들을 그 길 위에 아로새기고,

 그가 그린 요정과 천사의 품에 안겨 안개처럼 사라져버립니다.

 

 여기 영혼의 오솔길에서 끊임없이 의미를 추구한 거장이 있으니,  

 한 세대를 풍미했던 낭만주의가 쇠퇴하고 인상파의 태풍이 몰아칠 무렵,

 그야말로 마지막 아카데미의 문지기로서 선과 절대미를 탐색하고

 신화 속의 '큐피드'처럼 꿈의 산맥과, 땅과 천상의 오솔길을 넘나들며

 사랑과 젊음의 영혼을 사로잡은 마지막 고전주의자

 아돌프 윌리암 부게로(Adolphe William Bouguereau, 1825-1905)

 

 부게로는 프랑스 라로셸(La Rochelle) 출신으로 부친은 아들을 상인으로

 키우려고 했지만 가세가 기울자 그만 삼촌집에 맡겨집니다.

 삼촌은 신부 또는 큐레이터라고 하는데 뭐가 사실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부게로의 그림이 마리아에 대한 그림이 많은 것으로 볼때

 아마 삼촌은 학식있는 신부였다고 추측해 봅니다.

 삼촌은 부게로를 친자식처럼 성서, 신화와 고전, 역사를 가르치고,

 심지어 고등학교에 입학까지 시키지요. 아무튼 어릴적 삼촌의 가르침은

 어린 부게로의 운명을 바꾸고 성장하는데 밑걸음이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 행복했던 기억은 없지만 삼촌 집에 있을 때는 행복했다." 

                                                                            

 그 후 보르도에 있는 미술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학비가 없어

 주경야독하며 미술 공부를 하게 되지요. 스무살이 채 안 되는 나이에

 밤 늦게까지 일하면서 미술을 배웠다고 하니 부게로의 끈기와 의지도

 어지간한게 아닙니다.  그 후 그림에 대한 도전과 집념으로 어렵게

 에콜 드 보자르를  거쳐 또 4년간 로마 유학을 다녀오기도 하지요.

 이런 과정과 연마를 거쳐 체득한 그의 정교하고 생명력 넘치는 그림은

 당시 화단에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살롱에서 높은 인기를 얻게 됩니다.

 그러나, 작가의 창의성보다는 규격화, 표준화된 기법을 강조하는 풍조에 

 질식했던 젊은 화가들은 기존 체계에 반발해서 개인의 창의성과 개성을 

 중시하는 인상파를 출범시키고, 세잔, 드가 등 이 인상파 화가들에

 의해서 아카데미의 주류인 부게로는 그들과 화풍이 다르다는 이유로

 조롱당하고 무자비한 공격을 받게 되지요. 그러나 부게로는 그런 비판에

 전혀 대응하지 않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더욱 그림에 정려했으며,

 오히려 그가 비난받은 이유와 달리 부게로 만큼 마티스를 비롯한 그의 

 제자에게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도록 독려한 스승이 없다고 전해집니다.

 

" 나는 매일 기쁨에 젖어 작업실에 갔다.

  저녁에는 어둠때문에 어쩔 수 없이 멈춰야 했지만

  다음날 아침이 올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참기 어려운 일이었다.

  내 작품은 단순한 기쁨이 아니라 하나의 욕구가 되었다.

  내가 인생에서 다른 무엇인가를 더 가진다고 해도

  내 소중한 그림을 못 그리나면 나는 비참해질 것이다  -부게로"

 

 부게로의 그림을 바라보게 되면 어릴적 한 마리 새가 되어 마구 하늘을

 날아오르던 동심과 마법의 세계에서 놀고, 신화 속의 주인공과 대면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되지요. 그의 해맑고 고운 그림에 닿으면

 어느새 같이 맑아지고 잃어버렸던 선과 신성의 세계를 찾게 됩니다. 

 마치 인간이 저 천상의 세계에서 잠시 땅에 내려와 있다가 거룩함을

 회복한 후 다시 천사가 되어 천상으로 가는 존재인 것처럼 그의 그림

 어디에나 천사들이 춤추고 노래하고 있는 점이 심금을 울립니다.

 한편 붓 하나로 하늘나라를 노래하고 춤춘 그에게도 뼈저린 아픔이

 있었으니, 31세에 '마리'란 여성과 결혼하여 다섯 아이를 낳게 되지만

 그의 생전에 네 아이와 아내를 잃고 맙니다.

 800여 그의 작품 중에 '최초의 슬픔' '자애(Charity) 등 몇 안되는 작품

 속에 그의 슬픔이 고스란이 용해되어 있습니다. 애덕에 등장하는 여인과

 다섯 아이들은, 그의 아내 마리와 다섯 아이들을 연상시키고요. 

 '최초의 슬픔' 은 아벨을 잃은 아담과 하와의 고통을 표현하고 있는데,

 왼손으로 자신의 심장을 부여잡고 있는 아담의 괴로움이 뼈져립니다.

 이 그림이 어찌 아담과 하와만의 슬픔이겠습니까? 이 그림은 아담의

 슬픔이자 자식 넷과 아내를 먼저 보낸  부게로의 슬픔이며, 자식을 잃은

 온 인류의 슬픔이 아닐런지요?

 그래서 그런지 그의 그림 속에는 유달리 아이들, 소녀, 요정, 천사그림이

 많습니다. 마치 죽은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그 영혼을 달래려는 듯...!

 아이들과 천사들의 그림은 먼저 간 그의 아이들에 대한 아버지의 애틋한

 진혼곡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는 스웨덴 보리를 읽은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스웨덴 보리가 묘사한 '아이들 천국'이 그림 속에 살아있으니 말입니다.

 

"부모가 신앙이 있든지 없든지 아이가 죽으면 모두 하느님이 받으시고

 천국에서 가르치며... 그 아이의 지성과 지혜가 완전해지면

 하늘나라에 인도되어 천사가 된다. "      

"어린아이들이 죽으면 바로  하늘나라에서 깨어나고, 부활하자마자

 하늘나라로 안내되며, 육체를 입고 살 때 아이들을 인자하게 사랑하고

 동시에 하느님을 사랑한 여성 천사들에게 맡겨진다."

 그 천사들은 세상에 살 때 모든 아이들을 사랑했기 때문에, 맡겨진

 아이들을 자기 아이로 여기고 어머니의 인자함으로 받아드리며,

 아이들도 타고난 성향에 의해 그 천사들을 자기 어머니처럼 사랑한다."

                                                                             -스웨덴 보리

 창조적인 깨달음은 한평생을 한 순간처럼 살게한다고 했던가!

 천상에서 다 못그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이 세상에 났으며,

 한 평생 자신을 다 태워 한순간처럼 그림을 그리고  

 또 그림을 통해서 울고 웃으며 사랑과 순수,  신비와 의미의 세계를

 보여준 다정다감하고 행복했던 화가,

 윌리암 부게로(William Bouguereau)

 이순간 아직 가지 않은 길

 그가 걸었던 호젓한 오솔길을 따라 숲에 들어서니

 그의 그림 속에서 천사들이 뛰어나와 노래 부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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