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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불

2010.10.16 22:52

구인회 조회 수: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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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불                                                                                                                   

     

          두리번거리고 미적지근해진 마음으로 더럽혀질 때

          이 분을 생각하면 영혼의 불꽃이 활활 타오릅니다.

          한 때 전주에서 서울, 서울에서 끄트머리 전남 진도로

          오늘은 학생이었다가 내일은 농부가 되고 또 하루는 돈벌이에 나섰던

          돌이라도 씹어 먹어도 배부르고 출렁이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점을 찍듯이 들어선 조직의 틀 속에 몸을 가둔지 오래

          머리 빠진 삼손이 방아를 찧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힘이 다 소실되어 갈 때

          아직 안 꺼진 영혼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에 부채질을 하는 이가 있으니

          불꽃같은 창조와 영혼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

          다빈치 하면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최후의 심판 등 그의 예술작품과

          습작, 신기한 발명품들을 보면서 운 좋게도 하늘이 특별히 한 사람을

          사랑하셔서 유독 많은 재능과 천재성을 주셨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의 인생 속으로 조금만 파고 들어가 보면 그의 삶이

          별로 운수 좋은 것도 없고 인간적으로 볼 때는 얼마나 불운한 운명을

          타고났는지 그리고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 조만간 알게 됩니다.

          오죽했으면 “장해나 고뇌를 나를 굴복시킬 수 없다.

          이 모든 것은 분투와 노력에 의해서 타파된다.”며 의지를 다지고,

         “오, 주님. 주님은 우리가 노력이라는 값만 치르면 그 무엇이나 다

          허락해 주시는군요.”라고 마치 욥과 같이 고백하기까지 합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1452년 이탈리아 빈치라는 마을에서 피렌체 공증인

          세르 피에르와 농부인 어머니 카탈리나 사이에서 서자로 태어났으며,

          당시 서자인 다빈치는 사회 정서상 아버지의 가업을 이을 수도 없었고

          나중에 그토록 많은 인체의 해부와 의학적 견해를 남겼던 것처럼

          의사가 되고 싶은 꿈도 대학에 가는 것도 다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날개 꺾인 새처럼 뭘 해 볼 내야 엄두도 낼 수 없는 시대적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15세가 되자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고작 피렌체의 잘 나가는 공방의 견습생으로 들어가지는 것.

          다시 말하면 돈벌이를 하려고 공장에 들어간 것입니다.

          "누구든지 시작을 조심하라, 처음 한걸음이 장차의 일을 결정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공방의 주인이 당시 피렌체의 유명한 화가이자

          조각가였던‘안드레아 델 베르키오’였다는 겁니다.

          그곳에서 청소나 안료를 빻고 허드렛일을 하면서 그림을 배우게 되었고

          "모든 경험은 하나의 아침, 그것을 통해서 미지의 세계는 밝아온다.

          경험을 쌓아올린 사람은 점쟁이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말했던가!

          그 산 경험을 통해서 자신의 능력을 무한히 키워나가기 시작합니다.

          한 번은 스승 베르키오와 함께 '그리스도의 세례' 라는 그림을 같이

          그린 적이 있습니다. 동등한 자격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조수로서

          스승은 예수님을 그리고 다빈치는 왼쪽 아래 모퉁이에 천사 두 명을

          그려 넣지요. 자신이 그린 예수님보다 아래 다빈치의 천사의 그림에

          충격을 받아 뻥 찐 스승 베르키오는 다시는 그림 그릴 생각을 안 하고

          주특기인 조각을 하는 데만 전념하게 되지요. 그 스승에 그 제자입니다.

         “스승을 능가하지 못하면 그의 제자가 아니다.” -다빈치

          얼마 전 호원대학교 박칼린 선생이‘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이끌고

         ‘넬라 환타지’를 불러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는 데, 그 칼린 선생

          좌우명이“어제처럼 오늘을 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더군요.

          살맛을 본 사람은 다 그런 것인가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스승

          베르키오나 보티첼리, 여러 예술가들 곁에서 그들의 예술세계를 섭렵하고

          아무도 모방할 수 없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화풍을 개발하기에 이릅니다

         “예술은 자연의 딸이다. 다른 예술가를 흉내 내지 말라.

          그렇다면 예술은 자연의 딸이 아니라 자연의 손녀가 되고 말테니까?”

          이런 모방과 정해진 틀을 싫어하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만들어가는

          그의 성격은 새로운 영역과 무한히 창조의 새 지평을 열어갔지만, 

          그림이든 뭐든 정해진 시간 내에 주문받은 일을 완성시키지 못하는

          결점으로 남게 됩니다. '동방박사의 경배'도 그렇고 '최후의 만찬'이나

          '모나리자', 다른 그림들도 그렇게 미완성으로 어물쩡하게 넘어 갑니다.

           다 누가 시켜서 하거나 자기 맘이 내키지 않는 일을 할 때는 유별나게

          등한시하는 그의 성격으로 말미암은 것이고,

          그래서 그런지 그의 작품 중에는 완성품이 스무 작품이 안 된다고 합니다.

          하기 싫은 일은 도무지 안 해버리고 지루해 하는 성격이

          창조의 불꽃을 사르는 사람들의 유쾌한 특징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일을 맡긴 사람은 속이 터질 대로 터져버린 것이죠.

          반면에 창조의 불길이 한 번 휘몰아치면 미친 듯이 그 일에 빠져듭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레오나르도의 불후의 명작 중에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 성당 식당 벽면의‘최후의 만찬’을 그릴 때

          그는 새벽부터 왔다가 해 질 때까지 먹고 마시는 것도 잊은 채 잠시도

          붓을 놓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어떤 때는 붓질 한 번 안하고

          사나흘을 넋 빠진 사람처럼 자신의 그림만 바라보고 가곤 했습니다.

          결국 그림이 완성하기 전에 아무도‘최후의 만찬’을 못 보았지만

         “회화와 조각의 목적은 볼 줄 알게 되는 것이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완성된 그림을 다 그리기도 전에 벌써 완성된 그림을 본 것입니다.

     

          불평등 사회, 서자로 태어나 자포자기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뚫고

          그 시대에 경종을 울리기라도 하는 듯이 역사 앞에 한 인간의 존엄을

          아로새긴 마에스트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는 야곱처럼 황혼에서 동이 트기까지 하느님과 씨름하였고 사람과

          씨름하며 밤하늘의 별똥별처럼 무한히 자신의 영역을 확대해 나간

          예술과 영혼의 거장 巨匠이였습니다.

          그런데 그토록 자신을 담금질하고 불꽃처럼 산 그가 남긴 말이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을 허비했다.”라니 참 기가 막히고,

           얼마나 나를 태워야 할지 갈 길은 멀고 그저 깊이 성찰하게 됩니다.

     

                                                    s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