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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에서 와서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서머셋 모옴의 달과 육펜스, 편안하고 안정된 길을 훌훌

  털어버리고 길 떠나는 나그네, 스트릭란트...!

  누구나 한 번쯤은  고리타분하고 무미건조한 삶으로부터 자기

  자신 곧 유일무이한 존재의 길을 가고 싶은게 사람의 마음이지요.

  모옴 자신도 그렇게 살고 싶었던 것인지,

  자신을 통째로 미지에 내 던저 버리고  그 길을 밟아 간 한 사람,

  불우했던 고갱을 모델로 불후의 '달과 육펜스'를 써내려 갑니다.

  이는 고갱이 산 생생한 이야기이자 자신이 살아내지 못한 삶이요

  가고 싶고 외치고 싶은 자신이 살아야 할 생이었을 겁니다.

  이렇게 소설로 외친 모옴의 소리는 이순간 아찔한 메아리가 되어  

  '고갱' 한 인간의 삶의 궤적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합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이 특별하고도 성질나게 긴 이름을 가진 고갱의 그림은 자신과

  세상에 절망하고 죽음 밖에는 더 이상 선택할 길이 없었던 시기,

  깊이 절망하여 자살 기도 직전에 필사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그 역시 이 희안한 그림에 대해서 설명하기를

  "나는 인간의 근본, 존재, 운명의 문제와 언어와 자각을 넘어서

  무한한 신비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려고 한다.

  이 작품이 이전에 그린 자신의 모든 작품을 능가하는 것이며,

  앞으로도 다시는 이보다 나은 작품을 그려내지 못할 것이다."

  라고 고백하기 까지 합니다. 

 

  얼핏 이 그림을 보면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의 벽면에 그려진 

  서글픈 벽화나, 시대상과 인생을 연대기적 회화법으로 그려낸 것

  처럼 보입니다. 이는 누구나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이지만,

  나아가, 이 그림은 곤고했던 고갱의 일생과 정형화, 규격화된 삶을

  거부하는 그만의 독특한 삶의 자세를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글을 읽을 때면 대게 왼쪽에서 오른쪽을 읽어나지만,   

  이 그림은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봐야 합니다.

  영원성을 상징하는 푸른색과 진노랑 색으로 기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는 이 그림에는 마치 스핑크스처럼 세가지 물음을 던집니다.

  먼저 우리는 어디에서 오는가? 라는 물음에 오른편에 어린아이와

  세명의 여인을 세겨 넣습니다.

  우리는 누구인가? 는 물음에는 마치 선악과를 따먹고 있는 인류의

  조상처럼 경험과 생명의 열매를 따먹고 있는 청년을,

  끝으로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라는 물음에는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의 모습과 삶을 향한 젊은이를 같이 그려넣습니다.

  고갱은 자신의 죽음 이전에 육체는 소멸될지라도 자신의 자유로운

  영혼과 그의 작렬하는 색채 속에서 영원히 죽지 않는 자신과 그의 꿈을

  발견하고 그 인상을 그려넣은 듯 합니다.

  동시에 영혼과 그림의 동반자요 파트너로서 한 때나마 서로에게

  깊이 공감하고 탐닉했던 고갱의 절친한 친구 고흐에 대한 우정과 차이,

  그리고 용서와 화해가 담겨 있다고 봅니다.

 " 나는 빈센트에게 신세진 것이 있다.  내 그림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것과, 괴로울 때 나보다 더 불행한 인간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동질감의 표현이이랄까? 이그림에는 고흐가 즐겨쓰던

  해바라기 주요색인 푸른색과 노란색을 주된 색으로 쓰고 있으며,

  여전히 누가 아무리 뭐래도, 그가 고흐라 하더라도 절대 고칠 수

  없고 바꿀 수 없는 고갱만의 원시적이면서 부드럽고 유연한 화풍

  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이 신비스런

  그림은 물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영혼의 광갱 속에서 아무도 정의

  내릴 수 없는 'I AM'으로서 자신을 깨닫고 강렬한 색채와 창조의

  세계로 돌진해간 한 영혼의 격렬한 몸부림이요,  물질주의와

  무미건조한 세상을 향해 던지는 꿈많은 나그네의 독백입니다. 

  

                                                        s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