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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苦痛은 삶의 한 부분이기에

2010.10.27 07:45

하늘 조회 수:1234

 

  고통苦痛은 삶의 한 부분이기에   /신 영


 

 

 

 

세상에 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라는 말은 그저, 남의 일인 줄 알고 살았다. 그러다 몇 년 전 어느 날, 날벼락 같은 일이 나에게 닥치고 말았다. '하늘이 노랗다'라는 말을 실감할 만큼….
 
나이 40을 넘기면서 무엇보다 건강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하기에 남편의 간 검사를 하기로 했다. 검사를 하는 동안 이상한 것을 발견했는지 혈액검사를 다시 한 번 하자는 병원의 전화를 받았다.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뭘, 검사를 하자는 거지?" 하면서 능청스럽게 남편에게 말을 건넸다. 우리 부부는 병원을 함께 다녀왔다. 그리고 갑작스런 전화를 받자마자 남편에게 전해주고 곁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혈액검사(Blood Test) 결과 이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잠깐의 그 시간은 가슴이 쿵쾅거리고 숨이 답답해 오는 시간이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남편의 얼굴을 말없이 바라보며 무슨 일이 있구나 싶었다. 차마, 물어볼 수가 없었다. 순간, 찰나라는 것이 그렇게 길게 느껴졌던 시간은 없었다. 남편은 얼굴이 노랗게 질린 얼굴로 말을 건네 왔다. 병명은 '루키미아(Leukemia)/백혈병'이었다. 하늘이 노래지는 순간이었다. 이것이 꿈이길 바랐다. 잠에서 깨어 아침을 맞으면 꿈일 거라고, 그렇게.
 
며칠은 울음으로 가득했다. 울고 또 울어도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남편의 울음은 내 가슴을 더욱 찢기만 했다. 똑똑하고 잘난 한 남자의 '꿈'이 무너지는 것을 곁에서 보기가 너무도 가슴이 아팠다. 언제나 착한 남자, 그 누구에게도 잘난 체 하거나 남을 업신여기지 않고 변함없이 대하는 멋진 남자가 아내인 나만 보면 우는 것이다. 아마도, ‘세 아이를 어찌 키울까?’하는 걱정이 먼저 머릿속에 가득 찼으리라. 남편 옆에서 함께 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가족이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에게도 숨기지 않고 상황 설명을 해주었다. 

'정신을 차리자.'를 몇 번을 되 뇌이며 기도를 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거듭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켜주신 은혜가 감사하다고 이내 고백을 하고 말았다.  당신이 지금까지 지켜주신 것처럼, 지금 이후의 일들도 지켜달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세상에 살면서 나쁜 일, 좋은 일이 어디 따로 있을까. 다만,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뿐, 그것마저도 욕심인 것을. 괜찮을 것이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남편에게 얘길 해주며 따뜻하게 그 남자의 마음과 가슴을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이내 쌀쌀한 아내로 있기로 작정을 했다. 장기간의 투병
鬪病이라면 나는 오랜 시간이 흐르더라도 이 남자 곁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을 했다.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고 현실을 인식하고 이성을 찾으며 맑고 밝은 나 자신으로 돌아갔다. 혼미해진 나 자신을 일깨우며 자꾸 타일렀다, 마음 약해지지 말자고….

남편도 3개월을 보내며 병원치료에 잘 임했다. 아이들도 각자의 공부와 집안에서의 할 일을 해내고 있었다. 아마도, 어린 마음들에 아픔과 상처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살면서 겪는 일들로 더욱 인생에서 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지금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남편은 자기가 하던 일을 계속 했으며, 골프 여행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다녀왔다. 나 역시도 계획했던 한국 여행을 차질 없이 다녀왔다. "일상에서 가졌던 날들과 똑같이 보내자."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이 남자에게도 그 일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일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매일의 일을 하면서 그렇게 우리는 하루를 맞이하고 보냈다.

그리고 3년이 되었다. 병원치료는 계속 받고 있지만, 우리 가정에 변한 것은 없다. 특별한 일이 있다면 일상에서 맞는 하루가 우리 가족에게 특별한 날의 감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우리 가족의 일상을 보고 궁금해 물어 오시는 분들이 있다. 이 어렵고 힘든 고통의 시간에 우리 가족은 감사를 배우고 있었다. 내가 평안할 때 몰랐던 건강함의 축복을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이다. 다른 아픈 이들이 그냥 지나쳐 버려지지 않는 이유, 그것은 바로 내 몸으로 마음으로 깊이 그 아픔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의 깊음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이 있었기에….

"어둠은 절망이 아닙니다." 반면, "어둠은 바로 희망입니다."

살면서 힘겹지 않게 지낼 수 있으면 더 없는 행복일 것이다. 하지만, 편안함이 평안함이 될 수 없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평안이 주는 안식이, 생활 가운데 얼마나 큰 힘과 용기가 되는가를 말이다. "고통은 삶의 한 부분이기에…. "라는 이 말을 깊이 묵상하며 '고통'이란 말 앞에서 그만 무릎을 꿇는다. 너무도 감사한 축복이라고….

어려운 일들을 겪지 못했을 때에는 누리지 못했던 감사이다. 그저 편안함에 안주하고 살았다. 하지만, 이제 '고통이 주는 갑절의 감사'를 배웠다. 고통이 묻어 있는 평안함을….

 

 

 

                                                                                                                2008년 -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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