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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2008.11.17 15:01

여왕 조회 수:1002

그는 뒤돌아 앉아 있었다.

등판이 든든한 남정네같이



그는 기다렸다고 한다.

오늘 내가 나타나기를.




그는 지고지순한 내 첫 사랑과 같은

사랑을 담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제 찾아왔느냐고  조금은 서운한 듯 했지만

눈빛은 다정 했고 따듯했다.

인고의 세월동안  너무 많이 늙어있었던 그.



하지만 외딸고 높은 산꼭대기에

아주 듬직하게 깊은 덕을 담은 채 노년의 지혜와 함께 자리 잡고 있었다.




그의 안 정원은 삽상한 바람 한줄기와 따사로운 늦가을 햇볕 한 줌으로

향 짙은 노란색의 국화를 피우고 있었다.

외부와는 다른 아주 부드럽고 살가운 속살과 같은 정겨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들리는 듯 했다.

백 마리의 말을 키울 수 있는 장소라고 했던가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젊은이들이 펄펄 끓는 성질에 항아리라도 깨고 싶은 심정으로

항아리 속 된장처럼 수도원 절 안에서 도를 닦던 소리가.




이 가을 화암사를 만난 나는 얼마나 풍요로운 호사를 누렸는지.

45세부터 55세까지가 초로라고 한다.

이제 초로에 들어선 나로서는 잘 늙은 절, 화암사를 만난 것이 참으로 행운이었다.

그래 그런 모습으로 늙어가는 거야.




바람결에 들리는 그의 섭섭함이 가득한 잘가라는

소리를 가슴으로, 등으로, 옆구리로 들으며

돌아오는 내내 그가 얼마나 눈에 밟히든지......




내 첫사랑과 같은 화암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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