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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한국의 맛을 만드는 사람들} 1.

2010.06.03 07:21

요새 조회 수:1075

   뭔가 잃어버렸다 생각하여 한참을 찾아 헤매다 지쳐서 집으로 돌아오니 그 물건을 집에 두고 나간 것이었다는 식의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마련이다. 내가 발걸음을 떼기전, 과연 어디에 앉았고  서 있었나를 거슬러보면 잃어버렸다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아직 그 자리에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우리가 지금 처한 건강의 위기,
마음의 상실감에 대한 해답이 본래 우리가 살았던 옛집에 있을지 모르겠다. 
본래 우리가 밟고 았았던  흙, 본래 우리가 철마다 캐먹던 이름 모를 산채, 본래 우리가 마셨던 흐르던 물과 말간 공기를 한 상 밥에 사려내려는 분들을 만난다.

  -발우공양  총 책임자  대한 스님 -
 "진정한  사찰음식은  단순히 육류를 덜어내는 차원이 아니지요.  ' 생명존중'의 마음이 기본으로  담겨야 합니다."
  한 입 먹을 때마다 축 늘어져있던 입안의 세포가 하나하나 깨어나는 것 같은 맛을 만들고 있는
대안 스님의 첫 마디다.
   " 내가 먹은 음식이 나를 만들고, 내 인품을 만드니까 깨끗한 음식을 먹는 것이 좋겠지요" 하시며 우리 음식의 기본이
되는 장이며 소금과 같은 '기본'을 강조하신다. 기본이 무너진 음식은 과학의 발달과 그 역사를 함께 한 '첨가물'로
대표된다.  '
바나나향'을 첨가한 음식은 엄밀히 말해 바나나를 흉내 낸 '가짜 바나나'다   '진짜'가 귀해지면서
가짜맛을 포장하기 위한 첨가물만 나날이 발전하고, 그 첨가물로 맛을 낸 가짜만 우리 상에 놓이는 ' 오염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는 스님의 말씀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 간장만 해도 우리가 본래부터 먹던 진간장을 쓰면 좋지요. 작년 잡았던 간장에 새 메주를 띄우고 소금물 농도 새로
맞춰 다시 숙성시키고, 그렇게 해마다 반복해서 만드는 간장은 몇 십 년이 지나면서 그 맛이 더 깊고 진해지니 약이
따로 없지요."
  맞다, 하지만 우리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일본식 간장에 입맛이 길들여지고 있으니 갈 길이 멀다.
" 왜간장으로 너비아니 맛을 낼 수 있을 까요?"   스님의 한 마디에 ' 한식의 세계화'에 앞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가
떠오른다. 
우리물, 우리공기, 우리바람,  그 세가지가 만들어 낸 우리 장을 기본으로 한 우리 맛의 근본을 이쯤에서 다
잡고  세계로 가야겠구나 다짐이 생긴다. 
 
       착한 음식에 길들여지기
  "부자라고 해서 반드시 잘 먹고 산다고 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지요."  스님이 또 운을 띄우신다. 음,
과연 잘 먹고 산다는 것은 무얼까?
  "내몸에 꼭 필요한 만큼을 맛있게 먹고, 그 음식에 하나하나 반응하는 세포의 움직임을 살피는 노력이
각자에게 필요합니다.  세포를 이롭게 움직이는 제철  식 재료가 대부분 산에서 나는데, 우리는 국토의 많은 면적이
산으로 이루어졌으니  감사한 일이네요. "
   그 말씀에  '산'이 새롭게 보인다. 우리가 일년 내내 먹을 거리 걱정 없도록 의지할 수 있는 산,  말하자면
자연의 식재료 저장고인 셈이다.  나물의 '씨'를 살리고 보존해서 돈이 있든 없든 누구나 산나물을 쉽게 섭취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스님의 바람은 이렇게 사찰음식을 나누는 공간을 총괄 지휘하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발우공양은 여느 음식점처럼 돈을 지불하고 식사하는 곳이지만, 손님들은 누구하나 서두드는 이가 없다.  시간에 의해 발효된 기본장과 자연 엑기스로 만든 음식을 먹으면 모두들 본래  자신이 뛰놀던 산과 들을 기억해 내고 있는 것일까.
   
   흙길에 떨어져 있는 감을 주워다 항아리에서 두달 가량 식혀 만드는 감식초등으로 동물을 해치고 싶지 않은 선한 마음을 담아 만든 단순한 음식이 나를 선하게 만든다.
  "선한 음식의  미래는 아이들의 교육에 있어요.  학교에서 가정에서 제 몸에 좋은 먹을 거리를 가려내고 제대로 먹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으면 사회는 점점  더 오염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동기부터 햄버거로 때워가며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의 미래는 어떤 기억과 맛으로 채워질 것인가.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스님이 주신 밥을 먹고 다음날  일어나니 별 한줌, 풀 한 포기가 다 특별해 보인다. 기계에 찌든 마음과 건강을
오늘부터라도 이렇게 풀 한 포기에 기대볼까 한다.

                                                                       -박재은 푸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