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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바보

2011.01.19 19:36

삼산 조회 수:1947

밥, 바보

 

밥이라는 것은 참 이상하다 세상에 밥만큼 맛없는 것이 없다. 밥만 먹으면 반 그릇도 먹기 힘들다. 목에서 생목이 올라온다.

 

밥이라는 것은 참 이상하다. 세상에 밥만큼 맛있는 것이 없다. 밥은 평생을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밥이 질리지 않는 것은 밥이 맛이 없기 때문이다. 밥은 맛이 없기에 맛이 강한 다른 음식들과 함께 먹어야 먹을 수 있다.

 

흰 바탕이 주어진 다음에야 그 위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고요함이 바탕이 되어야 거기에 아름다운 선율이 흐를 수 있다. 맛없는 밥이 있어야 그 위에 맛난 반찬을 올릴 수 있다. 맛없는 밥 없이 어찌 맛깔스런 게장이 맛을 내고 잘 익어 감칠맛 도는 김치가 맛을 낼 수 있겠는가? 이 세상에 무지렁이들이 있어야 잘난 이들이 잘났다고 뽐내고 그 잘남이 잘남 될 수 있다.

내 엉터리 한글 풀이로 한다면 “밥”은 “바보”의 준말이다. 세상의 바보들이 밥과 같은 이들이다.

 

한국 현대사의 세 바보가 있다.

 

바보회를 만든 전태일, 자칭 바보새 함석헌, 타칭 바보 노무현이다. 세 사람은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았지만 공통점이 있으니 자칭, 타칭 바보들이다.

전태일! 1968년 자신들이 너무 바보같이 자본가들에게 착취당해 왔다고 스스로를 비하하며 만든 바보회, 그들은 정말 바보였다. 그리고 스스로들이 바보임을 알고 이제는 바보같이 살지 않겠다고 정말 바보가 되어 제 몸을 불살랐다. 그런데 그 바보의 불통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었다. 바보 노동자들, 바보 대학생들, 바보 종교인들, 바보 교수들, 바보 변호사들, 바보 전태일의 뒤를 따라 수많은 이들이 뒤를 이어 바보가 되었다. 더 이상은 바보처럼 살지 않겠다고 바보들이 바보임을 거부하는 바보짓들을 거침없이 해댔다. 그리고 그 바보짓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함석헌! “信天翁(신천옹)”먼저 신천옹이라는 새 이름이 참으로 특이하다. “하늘을 믿는 늙은이” “翁(옹)”은 “날개달린 사람” 즉 신선의 모습이다. “하늘을 믿는 늙은 신선” 함석헌은 스스로를 그렇게 표현했다. 그런데 그 신천옹이 바보 새이다. 큰 바보 새가 하늘을 날 때는 그 모습이 장엄하여 감탄이 절로난다. 그러나 땅에 내려앉으면 제 몸뚱이를 감당하지 못하여 제대로 서지도 못한다. 그 모습이 참으로 바보 같다. 그래서 바보 새인가 보다. 창공을 날아야할 신선이 땅에 내려와 허우적거리고 있으니 바보이다. 20세기의 벽두인 1901년에 평북 용천에서 태어났다. 용천이라는 지명이 함석헌으로 인하여 이름값을 한듯하다.

하늘을 높이 나는 바보새 라야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는가 보다. 바보의 직관으로라야 세상을 바로 보는가 보다. 똑똑한 놈들은 못 본다. 바보라야 본다.

노무현! 2003년에 대통령으로 취임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는 이들이 그에게 “바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그 “바보”라는 별명이 어찌 보면 매우 극찬하는 별명이다. 그래도 그 별명이 좀 어울리는 구석이 있다. 대통령이 가만히 있어도 권위가 서는데 스스로가 권위를 싫어하니 바보이다. 체신 머리 없이 안 해도 될 말들을 거침없이 해서 바보이다.

 

“밥”의 반대말이 “꿀”이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것이 꿀이다. 그래서 참 맛있는 것을 “꿀맛 같다”고 한다. 그런데 꿀은 한 숟가락 이면 족하다. 두 숟가락 퍼먹으면 벌써 입이 거부하고 속까지 달아 괴롭다.

 

“꿀맛 같다”는 말을 언재 쓸까? 고기 구워먹으면서 꿀 맛 같다고 하지 않는다. 고급 포도주 음미하면서 꿀맛 같다고 하지 않는다. 밥에 이것저것 넣고 숟가락으로 힘껏 비벼서 크게 한입 떠서 입에 넣고는 “꿀맛 같다”고 한다.

 

밥맛이 꿀맛 같을 때 살맛이 난다. 꿀 맛 같은 밥맛은 밥과 반찬의 조화로 만들어진다. 어느 하나가 많던지 적던지 하면 밥맛이 꿀맛이 안 된다.

 

밥은 나누어먹어야 제 맛이 난다. 혼자 먹는 밥은 서글프다. 그래서 혼자 먹느니 차라리 안 먹는 경우도 많다. 혼자 먹는 밥은 억지로 먹는 밥이고 어쩔 수 없이 먹는 밥이다.

 

혼자 밥 먹는 이들은 불쌍한이다. 극심한 기근의 때 어떤 사람들은 아주 몰래 혼자 먹었다. 드러내고 먹으면 빼앗긴다. 같이 먹으면 내 몫이 줄어든다. 악착같이 몰래 혼자 먹었다. 자식새끼 몰래, 마누라도 몰래 혼자 처먹었다. 처자식에게도 그런데 남에게는 오죽했을까?

지금도 옛날, 그 짐승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몰래 혼자 먹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그래! 쥐도 새도 모르게, 혼자, 급히 처먹어라. 질질 흘리면서 먹어라. 심판의 때, 네가 혼자 처먹은 그 밥이 네 죄를 증명하리라.”

 

왜 밥을 혼자 먹으면 안 될까? 예수께서는 “내가 바로 생명의 밥이다.”(요6:35),고 하셨다. 예수가 밥이고 하나님이 밥이기 때문이다. 밥이 예수님이고 밥이 하나님이기 때문이다. 밥을 독점하는 것은 예수님을 독점하는 것이다. 세상에 제일 못된 놈들이 예수님을 독점하고 하나님을 독점하고자 하는 놈들이다. 진리를 독점하려고 하는 놈들이다. 유대교 놈들이 그 짓을 했다. 오직 구원은 유대인에게만 있다고 했다. 서양의 기독교가 엄청나게 그 짓을 했다. 자신들과 조금만 다르고 자신들의 권위를 조금만 해쳐도 이단이라고 처형했다. 조선시대 성리학자들이 또한 그 짓을 했다. 성리학이 아니면 사문난적이라고 죽여 버렸다.

 

“밥=예수=진리”. 충분히 비약일 수 있지만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다. 이 말이 일리 있는 말일 수 있는 것은 밥은 단순히 물질 개념이 아니라 생명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밥상을 앞에 두었는데 문득 밥상위의 음식이 모두 생명임을 알았다. 밥알 하나하나가 모두 생명이고, 멸치 한 마리가 그대로 생명이고, 김치 한 조각이 생명이고, 고기 한 점이 그대로 생명이었다. 순간 눈물이 났다. 과연 내가 이 음식을 먹을 자격이 있을까?. 그 후로 나는 식탐이 사라졌다. 이제는 음식의 질을 따지지 않는다. 무엇이든 주어지면 회개하는 마음으로 씹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삼킨다. 최고로 귀한 것인 줄 알고 먹는다다. …… 석유도 생명이고 석탄도 생명이다. 아주 먼 옛날 수많은 생명들이 죽어서 그 시체가 화석된 것이 석유이고 석탄이다.

 

김홍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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