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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찾기

2011.02.10 16:51

삼산 조회 수:1746

자신 찾기

 

  음력으로 새해가 되면 사주를 보고 점쟁이를 찾아가고, 토정비결을 뒤적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기독교인들 중에도 그러한 이들이 많다한다. 오래 전, 어떤 선배목사님이 내게 농담으로 이런이야기를 했다.

 

“김목사 점집 차리는 것이 어때, ‘철학전공, 신학전공, 전직 목사, 기독교인 환영 !’이라고 광고하면 대박날거야”

 

농담으로 한 이야기 이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이다. 혹시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직까지 목사출신 점쟁이나 관상쟁이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다. 그러나 앞으로는 목사출신 점쟁이나 관상쟁이 혹 무속인이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역사를 보면 충분히 예견될 수 있다.

 

고려시대 불교가 매우 번성했었다. 얼마나 불교가 번성했던지 고려말 인구의 30%가 불교승려였다. 승려들이 많다보니 별의 별 사람이 다 있었다. 절에서 술을 주조해서 팔고, 절 밑 마을(사하촌)에 음식점을 차려놓고 접대부를 고용하여 퇴폐영업도 했다. 세도가의 지원을 받는 규모 있는 사찰들은 권세를 부리고 풍요로움을 누렸지만 훨씬 많은 작은 사찰들과 자기 사찰을 갖지 못한 승려들은 정말 먹고 살기위해서 중노동에 임하던지 그나마도 어려운 이들은 탁발을 하면서 살았다. 말이 탁발이지 빌어먹는 삶이었다. 그도 어려우면 무리를 지어 도적질도 하고 반란세력에 가담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승려들은 글을 모르는 무식쟁이 였다. 그러나 글을 읽을 줄 아는 승려들 중 형편이 어려운 이들은 사주나 관상을 보아주고 풍수쟁이 노릇을 하면서 호구지책을 삼았다. - 불교 승려 중에는 관상의 대가들이 많았다. 사실 관상법이라는 것이 그 유명한 달마가 시작하고 마의 라는 도사가 <마의상서>를 써서 나름으로 체계를 세웠다.- 이러한 현상은 조선시대까지 이어졌다. 조선 명종 때 문정왕후에 의하여 등용된 보우도 관상학의 대가였다고 한다.

 

불교 뿐만 아니라 조선 말 유가도 그러했다. 유명한 서원들이 서원 밑 마을(서원촌)에 유흥업소를 운영하면서 큰 이익을 취했다. 조선 후기 신분제가 붕괴되고 호구지책이 막막한 몰락 양반들이 관상쟁이, 점쟁이, 지관노릇을 했다. 그러한 풍조가 이어져서인지 백범 김구 선생도 과거시험에 떨어지고는 관상쟁이가 되려고 <마의상서>를 열심히 공부했다고 했다. 관상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관상을 보니 참으로 한심했다. 그러던 중 <마의상서> 내용 중에 像(相)好不如身好, 身好不如心好 . 觀相不如心相, 心相不如德相.(관상 좋은 것이 몸 좋은 것만 못하고, 몸 좋은 것이 맘 좋은 것만 못하다. 관상은 심상만 못하고, 심상은 덕상만 못하다)는 글귀를 보고는 자신은 맘 좋은 사람이 되기로 맘먹었다고 한다.

 

불교 승려들이 그러했고 유가 선비들이 그러했던 것 처럼 기독교 목사들도 그리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기독교성직자가 10만 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 그중에 너무나 많은 이들이 호구지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막노동판을 전전하는 목사, 심야에 대리운전을 하는 목사, 승합차 한 대 가지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학생수송을 업으로 하는 목사들이 무수하다. 이 글을 쓰는 나 자신도 한때는 막노동판을 전전 했다. 식품회사 운전기사도 했고, 과외선생도 했고 학원강사도 했고 일용직 노동자도 했었다. 그것이 창피해서 숨기면서 몰래 했다. 목사들의 형편이 이러하니 호구지책을 위해서 목사들 중에 멀지 않아 점쟁이, 관상쟁이, 무속인이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사실 목사 중에 공개적으로 관상쟁이나 점쟁이 무속인으로 활동하는 이가 아직은 없지만 실제적으로는 그러한 활동을 하는 이가 적지 않다. 귀신을 쫓아낸다면서 꼭 무당 같은 짓을 하는 목사, 예언을 한다고 하면서 꼭 점쟁이 짓을 하는 목사, 충고를 한다고 하면서 꼭 관상쟁이 짓을 하는 목사들이 의외로 많다.

 

이 글에서 하고자 하는 말이 신년운세를 보는 것에서 시작했는데 글이 딴 곳으로 흘렀다.

인생의 대부분은 그저 하루하루의 삶에 찌들어서 쫓기듯 살아가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뜻이 있는 이들은 끊임없이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달리 말하면 하나님을 찾기다. 또 달리 말하면 자신을 찾는 것이다. 기독교식으로 말하면 하나님 찾는 것이고 불교식으로 말하면 心을 찾는 것이고 유교식으로 말한다면 자신의 本性을 찾는 것이다.

 

자신을 찾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관상쟁이에게 자신을 묻고 점쟁이에게 자신의 인생을 묻고 손바닥 발바닥에 자신의 인생지도가 그려져 있거니 생각하여 들여다본다.

운세를 보는 이들이 그것을 믿을까? 옛날 토정비결을 보는 백성들은 생각하기를 “너무 잘 맞으면 일을 안 하고 빈둥거리며 놀까봐 토정선생이 점괘를 적당히 뒤섞어 놓았다”고 했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점괘가 안 맞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모든 점괘는 맞아도 그만 안 맞아도 그만이다. 좋은 점괘를 얻었는데 나쁜 결과가 나오면 “네가 맘을 곱게 쓰지 못해서 그렇다”고 하면 그만이다. 나쁜 점괘를 얻었는데 오히려 좋은 결과가 나오면 “네가 맘을 곱게 써서 점괘가 바뀌었다”고 하면 그만이다.

 

옛날 중국의 연나라 사람으로 진나라의 재상이 되어 진나라의 천하통일에 큰 공을 세운 채택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관상쟁이를 찾아갔다. 그때 관상쟁이 말하기를 “성인의 관상은 보아도 모른다.”고 했다. 그 관상쟁이는 제법 용한 관상쟁이인가보다. 채택의 사람됨을 알아본 것이다. 그런데 알수 없음을 알아본 것이다. 아마도 채택의 관상이 바뀌었든지 채택의 관상이 관상쟁이의 인식용량을 뛰어넘어서일 것이다.

 

맹자는 말하기를 “슬프도다, 사람이 개나 닭을 놓치면 찾을 줄을 아는데 제 맘은 잃어 버리고 찾을 줄을 모르는 구나. 학문의 길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놓친 맘을 찾는 것이다.” -맹자 고자상-

 

고 했다.

 

학문을 해야 한다. 학문을 하여 놓친 맘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저 자신을 찾으면 뭐할까? 그 찾은 나가 참 나가 아닌 거짓 나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물론 맹자가 한 말은 참 나를 찾는 것을 말한 것이겠지만 사실 나를 찾고 보면 그 나가 온통 죄 투성이 나고 허망한 나 인것을…. 거짓된 나를 찾았으면 이제 거짓된 나를 버리고 참나가 되어야 진짜 나를 찾은 것이리라. 진짜 나를 찾은 이가 성인이다. 진짜 나를 찾으면 그 안에 신의 모습니 어려 있는데 어떻게 관상쟁이가 알아볼 수 있겠는가?

 

물을 거울로 삼는 자는 자기의 얼굴을 볼 수 있고 사람을 거울로 삼는 자는 자기의 길흉을 알 수 있다. 하나님을 거울로 삼는 이는 영원을 산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해서 궁금해 한다. 내 자신이 나를 정확히 알지 못하니 남의 평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웬만한 사람이면 동료들의 평가에 관심이 있고 좀 나은 사람은 선생님의 평가에 귀를 기울인다. 선생님의 평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동료들의 평가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동료들의 평가는 선생님의 평가보다 편협 되고 또 시기와 질투가 포함될 수도 있기에 객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인은 그 누구의 평가에도 연연하지 않는다. 하늘이 알아주시는데 사람의 평가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세상이 알아주는 것은 현실적인 소망이요 하늘이 알아주는 것은 이상적인 소망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세상이 알아줌이 이상이고 하늘이 알아줌이 현실이다. 하늘은 알아주지 않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하늘은 사랑하지 않는 이가 없다.

어떤 형태로든 옳은 삶을 살려는 이들은 하나님이 알아주신다. 하나님께서 알아주시면 되었지 뭘 더 바라겠는가?

 

- 김홍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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