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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2008.06.08 11:44

nolmoe 조회 수:978

선생님이 말씀하신 ‘왕관’의 의미를, 누구의 머리에 씌워진 그게 모자가 아니고 왕관이어서가 아니라, 머리에 그것을 쓴 그가 바로 왕이라는 데 있다는 가르침으로 받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버스 안에서 귀한 안복(眼福)을 나누기 위해 ‘기내 시낭송회’를 열었습니다. 지귀(志鬼)의 감성을 느껴 보자며 자작 헌시를 낭송하였습니다.



삼백향(三白香)지기의 노래


부활의 신 새벽을
죽음보다 강한 향기로
가득 채운
너는
그리움을 밀고 올라온
백합화(白合花)


남국의 정열을 보듬으며
살아 온
농익은 나의 여인
소형(素馨)

하얀 단 내를
나는 기꺼워하오


옥잠화(玉簪花)
한 분을 곁에 두고
‘마지막 날’까지 기다리는가
사랑을 독차지해 뻣뻣한
맑고 다나
그래
좀 더 부드러워지자


장가갔더니, 시골의 아담한 화단이 맘에 들었습니다. 수선화며, 영산홍, 석류꽃 등이 즐거움을 더해 주었지만, 그 중에서도 백합과 치자와 옥잠화가 더없이 좋았습니다. 이 셋을 사랑하여 三白香이라 했습니다.

백합은 한번만 꽃을 피워 봤지만, 첫 단칸 셋방에서, ‘여기서 이렇게 죽어도 좋겠다.’고 할 정도로 달콤한 죽음의 향기를 방안 가득 채워 주었습니다.
치자는 여러 번 꺽꽂이하며 살려왔습니다.
옥잠화는 언젠가 한 번 잃어버렸었습니다. 탐스러움에 누군가 슬쩍했던 것 같습니다. 나는 저주를 씹으며 20층 아파트를 한집한집 찾아 헤맸던 기억이 납니다. 겨우 어떻게 그 뿌리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분주를 해서 옆집에도 한 분을 주었고, 아파트 입구에도 심었습니다.

그러나, 진짜 三白香은 나의 옆에서 나를 보듬어주고 있었고, 내 안에서 나를 충만히 채워 주고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나는 기꺼이 이 ‘三白香지기’가 되기를 청하는 것입니다.


* 지귀 설화
선덕 여왕 때에 지귀라는 사람이 여왕을 사모하다가 미쳐 버렸다. 여왕이 절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는 동안 지귀는 탑 아래에서 지쳐 잠들고 만다. 기도를 마치고 나오던 여왕은 금팔지를 뽑아서 지귀의 가슴에 놓아 두고 갔다. 잠에서 깬 지귀는 금팔찌를 보고 가슴이 타들어가 급기야 불로 변하였다. < 삼국유사

* 소형(素馨)
소형화는 인도 ·히말라야 및 이란 원산이며 소방화(素方花)와 비슷하지만 꽃이 보다 크다. 곧게 또는 덩굴처럼 1∼3 m 자라고 가지는 사각형이다. 잎은 마주나고 2∼4쌍으로 된 우상복엽(羽狀複葉)이다. 작은잎은 난형이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꽃은 여름에 피고 백색이며 향기가 강하고 취산꽃차례[聚繖花序]로 달린다. 꽃은 지름 2∼2.5 cm이고 통부가 길며 끝이 4∼5개로 갈라진다. 2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다. 꽃은 향유(香油)와 향수의 원료로 쓰고 차에 넣어서 재스민티(Jasmine tea)를 만든다. <두산백과사전 -그러나 나는 치자의 향기를 나타내고자 치자를 소형이라 했다.


사랑합니다.

- 글 올릴 수 있는 곳이 여기 뿐이라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