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1773536
  • Today : 413
  • Yesterday : 635


사람일보- 2022 대선 후폭풍

2022.03.21 01:55

물님 조회 수:145


2022 대선 후폭풍
[이병창 논단] 조명하 의사를 생각한다
이병창icon_mail.gif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로 보내기글자 크게글자 작게
기사입력: 2022/03/15 [10:29]
트위터페이스북카카오톡


대선이 끝이 났지만 그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그 폭풍은 대한민국의 진정한 개혁을 꿈꾸었던 사람들의 가슴 속에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불어올 것이다. 이재명 후보의 마지막 청계천 유세에 참여했던 도반은 그날의 함성과 노래가 가슴 속에서 요동치고 있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나는 이번 선거의 중요한 결정적 패인은 처음부터 개혁 의지가 없었던 문재인 정부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 인사 실패와 교육 개혁을 손 놓은 것은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총력을 다해서 근현대사 역사교육을 교과서에서 제거하려고 시도했다. 소위 운동권 좌파 논리로 쓰여진 교과서라고 얼마나 공격을 해댔는가. 교과서의 현대사 부분은 수능 이후의 교과 과정에 해당한다고 해서 학생들의 관심에서 아예 멀어지게 되었다. 

 

이번 대선에서 20대의 표심이 주체적 의식에서 선택되지 않고 선동적 논리에 의해 휘둘리는 것을 보면서 민족의 뿌리와 얼을 잃어버린 교육 현장의 비극이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가를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로 얻은 권력에 취해 역사교육과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망각해버렸다.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젊은이들이 남녀를 갈라치기하면서 군인 월급을 얼마 올려 주겠다는 공약에 환호하는 현실은 나라의 미래를 염려스럽게 한다. 

 

나는 지난 한주간 많은 생각을 하는 가운데 24살에 독립 운동을 위해 처자식을 남겨 두고 목숨을 던졌던 조명호 의사를 생각했다. 일제와 싸운 독립운동의 역사에서 4대 의사를 안중근 ,윤봉길, 이봉창, 조명하를 꼽는다. 4대 의사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분이 조명하 의사이다. 그의 기념비와 동상은 대만에 세워져 있다. 

 

조명하 의사는 1905년 황해도에서 태어나 24살 되던 1923년 5월 14일 대만에서 일본왕의 장인인 육군 대장 구라노미아 구니요시를 독을 바른 단도로 척살하고자 했다. 구리노미아는 어깨에 상처를 입고 이듬해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조명하 의사는 1923년 10월 10일 타이베이 형장에서 교수형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마지막 유언으로 “저 세상에 가서도 독립운동을 하리라,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대한민국은 그냥 얻어진 나라가 아니다. 대륙과 해양 세력에 의한 수많은 외침에 시달리면서, 민중의 피로 이어져 온 나라이다. 이런 역사를 의식 속에서 깡그리 삭제당한 세대가 오늘의 젊은 세대가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 나라와 민족이 빠진 교육이 교육인가? 삼국시대와 조선시대만 공부하다가 근현대사를 외면한 교육이 역사교육인가? 

 

아직도 친일파의 후예들이 활개치는 나라에서, 나는 입시용으로 제작되고 가르치는 역사 교과서를 불태워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바로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헛발질로 날려버린 문 정부의 얼빠진 지난 5년을 생각하며 개혁의 길이 얼마나 먼 길인가를 절감한다.

 

나라가 없으면 국민도 없다. 일제가 알려준 교훈은 나라가 없어지면 백성은 개돼지가 된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중앙아시아의 고려인 터전들을 답사하면서 이 사실을 절감했다. 대한민국의 교육부장관과 국회의원 후보자들은 피흘린 선열들의 역사현장부터 한 번이라도 다녀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카자흐스탄  우수토베     

 

나라를 잃으면 사람도

개가 된다고 했던가

어느 날 갑자기 개처럼 끌려와

내던져진 고려인의 벌판

살아 남기 위하여

오직 한 목숨 부지하기 위하여

파 들어간 우스토베의 땅굴 앞에서

나는 망연하게 지평선만 바라보았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십 여만의 생 목숨이 죽었다는 데

피 묻은 역사의 현장에는

죽어서 말하는 비석들만 줄지어 있다.

까라딸 검은 강물처럼

타들어간 가슴들을 오늘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나는 여기 비운의 땅에서

통곡의 벽 하나 갖지 못한 조국을 생각한다

지금쯤 나라와 민족을 위한다는 목청 소리로

도배질 당할 조국을 생각한다.

일천구백삼십칠년 시월을 기억하라고

또다시 개처럼 끌려 살면 안된다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한다고

우스토베 원혼들의 소리를 듣고 있다.

 

<이병창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