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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환경회의,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범종교 생명평화 순례

핵 위험성 알려 생명·평화의 문화 실현 / 물님 특강

8월 23일 오전, 비가 쏟아지는 강원도 삼척 대학로공원에 노란 물결이 일렁였다. ‘노후 원자력발전소 수명 연장 반대’, 몸에 두른 노란 몸자보에 씌어진 탈핵의 구호가 선명하다. 비를 피하기 위해 받쳐 든 노란 우산 위에도 ‘핵 없는 세상’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현장에서 탈핵을 외치는 주인공들은 천주교 창조보전연대를 비롯한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등 각 종단 환경단체가 속해있는 종교환경회의 범종교 탈핵 순례단이다.

종교환경회의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와 같은 생명 파괴와 평화 해체의 단면을 보여주는 핵 산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8월 20일부터 23일까지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범종교 생명평화 순례단을 꾸려 길을 떠났다. 50여 명의 순례단은 3박4일의 일정동안 부산 기장 고리원자력발전소부터 경북 경주의 월성원자력발전소 및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경북 울진군청, 울진원자력발전소, 신울진원자력발전소 건설현장 등을 거쳐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예정지인 강원도 삼척까지 300km 가까운 거리를 함께 걸었다.



■ 탈핵을 꿈꾸며

경주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에서 동국대 의대 김익중 교수는 “이곳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에 물이 들어차고 방사능 오염이 발견되는데도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과 한국수력원자력, 정부는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공사는 반드시 막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순례단이 방문한 곳은 현재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등이 위치한 지역은 물론, 찬반의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예정지가 포함돼 있다. 실제 핵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지역을 방문하고 담당기관과 주민 등을 만나면서 생명·평화를 향한 절실함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천도교 한울연대 전희식씨는 “핵의 위험성과 탈핵의 필요성을 나름대로 체화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현장을 만나고 보니 훨씬 절박하게 와 닿았다”며 “앞으로 원자력발전소를 더 짓지 않고, 노후 원자력발전소를 연장하지 않는 것은 물론, 에너지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 중독의 삶부터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순례 후 소감을 전했다.

이러한 생각들이 모여 종교환경회의는 23일 삼척 대학로공원에 마련된 기도회에서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종교인 선언문’을 발표, 원자력발전소가 가져온 생명에 대한 위험은 넓고도 깊으며 인류 공멸의 시대가 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종교환경회의는 선언문에서 “이러한 생명위기 시기를 대하는 우리 종교인들에게는 일이 발생한 뒤에 수습하기보다는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위험이 적은 삶의 방식을 택하는 지혜로운 생각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과 전 인류의 목숨을 담보로 내가 조금 더 편리하고 풍족하게 살자는 욕심을 버리고 우리 종교인들은 사회의 죽임 문화를 극복하고 살림의 문화로 바꾸는 걸음들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 함께 가자 우리 손잡고

순례단의 모든 일정은 기도로부터 시작해 기도로 끝이 났다. 각 종단별로 기도예식은 다르지만 종교의 핵심인 생명·평화적 가치를 찾고, 소통을 통해 갈등의 치유와 화해의 길을 마련하고자 하는 노력은 닮아있다.

천주교 창조보전연대 양기석 신부(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원회 총무)는 “이번 범종교 순례를 통해 각 종교가 생명·평화라는 놓칠 수 없는 가치를 이루기 위해 서로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세상 속에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 함께 가는 이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결 마음이 든든하다”며 “이러한 인식을 통해 좋은 가치를 창조함으로써 생명을 위협하는 핵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순례단에게 극과 극을 오가는 날씨도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작열하는 태양 앞에서도, 억수 같이 내리는 빗속에서도 이들은 더욱 하나가 됐다.

식사와 숙소 또한 각 종단별로 한 차례씩 제공하며 정을 나눴다. 힘든 여정 가운데서도 한자리에 앉아 밥상을 나누고 친목을 다졌다.

특히 모든 일정을 마치고 삼척 성내동성당에 마련된 종교인대화마당에서는 서로 지친 어깨를 주물러 주고, 얼싸안고 체온을 나누는 등 함께 가는 동반자라는 인식을 다졌다.

한편, 이번 순례를 통해 형성된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종교환경회의는 앞으로 신자들에게 핵의 위험성을 알리고, 일반 시민사회와 연대해 탈핵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가는 등 탈핵사회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 천주교 순례단이 순례를 마치며 가진 기도회에서 탈핵을 바라는 생명·평화의 기도를 봉헌하고 있다.
 ▲ ‘생명위기 시대, 종교인의 수행과 삶’을 주제로 열린 종교인대화마당에서 개신교 이병창 목사가 강의를 하고 있다.
 ▲ 삼척 핵발전소 유치 백지화 투쟁위원회 사무실을 찾은 천주교 순례단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 노후 원자력발전소인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입구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울진지역 통과 시 순례에 참가한 장시원 울진군의원(맨 앞)과 순례단이 울진 망양정에서 울진군청으로 순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