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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벽 넘은 '메리 붓다마스' 시인 이병창 목사
"사랑할 이웃만 있을뿐 차별할 종교인은 없죠"
도휘정기자 / 2007.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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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교회 성탄절 예배가 끝날 때쯤, 인각사 주지 상인 스님이 전화를 걸어왔다.

“메리 크리스마스! 교우들에게도 평화의 소식과 안부를 전해주세요.”

우리도 석가탄신일 때 뭐라도 해야되는 것 아니냐고 묻는 교우들에게, 목사는 “메리 붓다마스라고 하면 되겠지요.”라고 말한다.

모두가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칠 때, “메리 붓다마스”는 어떨까?

호남정맥 경각산 불재에 자리한 진달래교회 이병창 담임목사(55). 시인이란 이름을 하나 더 가지고 있는 그가 10년 만에 두번째 시집 「메리 붓다마스」(침묵의 향기)를 펴냈다.

「메리 붓다마스」는 ‘종교 간의 화해와 평화’이자 ‘몸과 마음을 살리는 길’이다. 종교를 초월해 영혼을 깨우는 명상의 언어. 이목사는 “사랑해야 할 이웃만 있을 뿐 차별해야 할 타 종교인은 없다”고 말한다.

2부 ‘향일암’에 실린 시들은 이목사가 절집들을 순례하듯 다니며 지은 시들을 엮은 것. 15년 전 동사섭 수행으로 유명한 용타 스님을 교회로 초청해 설법을 들어 전주를 시끌시끌하게 만들기도 했던 이목사는 오래 전부터 영감의 원천 가운데 하나로 ‘선(禪)’을 들어왔다.

1부 ‘경각산 가는 길’은 시인이 터를 잡은 경각산 생활을, 3부 ‘카라쿰 사막에서’는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인도 등을 여행하며 쓴 시들을 담았다. 4부 ‘ㅁ, ㅂ, ㅍ’은 시인의 마음을 울린 기독교 인물들에 관한 시들이다. 깊고 깊어져 단순해져 버린, 내면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두루 통해버린 시인의 마음이기도 하다.

원광대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10여 년간 고등학교 교사생활을 한 이목사는 세 곳의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했지만, 교파마다 다른 예수의 얼굴을 발견하고 진정한 그리스도를 찾는 영적 순례를 떠났다. 사막의 교부들과 선, 개신교 수도원 동광원, 에니어그램(Enneagram)의 원형을 찾고자 수차례 중앙아시아 순례를 통해 접한 수피즘은 그에게 영감의 원천이 됐다. 지금은 몸과 마음을 합한 ‘뫔’을 살리는 에니어그램 영성 수련 안내를 하며 도자기를 굽고 있다.

문학과 의식 신인상, 미국 에피포드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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