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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하느님이 물에 젖고 있다"
 

          가 툭툭 살아서 가슴에 젖는 느낌.
   "아, 내가 앓았던 그 가슴알이를 누구가도
    앓았었구나."

   "어, 내 마음이 왜 여기에 읊어져  있는거지?"
    읽고 또 읽고 그러다가 "도대체 이 시인이
    누구지" 하면서 시집의 겉표지를 몇번이고
    훑어 보던 경험. 찌개를 끓이듯 언어를 쫄이
    는 아픔이 시인의 몫이라면 시집의 제목과
    겉표지를 쑥 훑는 몫은 아무래도 독자들만의
    특권이 아닌가.

        이병창 시인(46)이 시를 쓴지 30년 만에 
    내놓는 '나의 하느님이 물에 젖고 있다'(미래문화사, 미래시선 97) 역시 독자의 특권을 누리게
    한다.

        시인이 70~80년대의 열병과 도전을 거쳐 90년대의 형이상학적 성찰에 이르는 그의 정신적
    편린들이 그대로 쌓여 있다.

        이병창 시인은 1970년대 들어서면서 작품활동을 시작, 민중신학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그때
    신학계의 메카인 한신대 출신으로 현재는 전주 진달래교회 담임목사로 시무하고 있는 목회자
     시인이다. 본지 신인문예상 시부문 당선, 크리스챤시인협회 전회장이기도 하다.

        김우규 평론가는 이 시인의 시에서 3가지 얼굴을 하고 있는 하나님의 얼굴을 본다고 말한다.
     분노하는 하나님, 울고 있는 하나님, 그리고 눈을 또 바라보게 하는 하나님.

        '사람이 사람으로 산다' 에서와 같이 열병과 혼절의 기록 속에서 그려진 분노하는 하나님,
     '아침에 쓰는일기' 에 나타난 불쌍한 하나님, 그것은 우리시대에 아픔을 증언하는 시어들에서
     특히 잘 보인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를 맛보는 시인의 고백 속에 나타난 하나님
     이 바로 그것이다.

        " 내가 한 알의 씨앗으로 떨어진 이후 / 참 정신없이 살아왔었지 / 나는 삶이란 싸움이요 /
           투쟁인줄 알았어 / 온몸으로 부대끼는 고통의 / 연속인줄 알았지"<'벼' 중에서>

        " 내가 내려설 땅은 한 평도 없구나 / 그리하여 올라선 나의 하늘은 / 그저 허공 / 텅빈 허공
           일뿐 / 나는 매달려 있을 뿐 ..."<'십자가' 중 일부>
  
        " 씨앗이 열매가 되고  / 열매가 다시 씨앗이 되는 세월 속에 / 나의 하늘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지 / 세상은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임을" <'벼'의 후반>

          시인의 세월이 세월의 갑갑증을 느끼고 매너리즘에 길드려진 우리에게 일순간 아 !하는
      탄식과 해방의 희열을 준다. 이병창 시인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터뷰 / 이병창 시인                                            황 인 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