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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들어주는 세상, 현장 속 이야기 듣고 싶었다"
2006-09-11 19:03
“사람들은 자신의 말만 할뿐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려 할 때는 듣는 게 중요합니다.”
현장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해발 600미터 고지에 자리 잡은 불재 뫔 도예마을을 찾았다는 아름다운 재단 희망제작소 박원순 대표는 도예마을 촌장 이병창 목사와 대화를 ‘경계를 넘어서’라고 이름 붙였다.
10일 밤 9시부터 시작된 대화는 편안한 정담으로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박대표와 이목사는 이날 특별한 주제를 부여하지 않았다. 삶 속에서 지혜를 담아가기 위해 4개월 전 지역 순회 활동에 첫발을 떼기 시작할 때부터 박 대표는 오로지 듣겠다고 맘 먹은 터였다. 이 목사 역시 얽매이지 않은 예배와 종교간 소통, 참된 자유를 주장해 왔기에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박 대표의 ‘듣기 여행’은 노트북을 열면서 시작됐다. 기자 못지 않는 타이핑 실력을 지닌 그는 ‘토인비’의 역사의식 연구의 시사점을 예로 들며 중앙집권적 역사의식 때문에 변방 의식이 살아나지 못하는 우리나라 상황을 지적했다.
이 목사는 “한국인이 느끼는 두려움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은 희망이 없다는 것과 같다”며 “두려움을 없애는 작업에 포커스를 맞춰 달라”고 말했다. 그는 실현가능한 목표제시를 요청한 박원순 대표에게 애니어그램을 추천했다. 이 목사는 애니어그램에서 인간은 머리·가슴·행동으로 나뉜 자아의 중심을 잡는 작업만으로도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희망제작소에서 교육과 정치·사회 등 각 분야별로 희망을 제작해서 내놓을 수 있다”며 “아름다운학교, 희망 학교라는 이름으로 한국 사람들이 희망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박원순 대표는 “‘듣기 여행’을 통해 건강하고 발전적인 변방의 것들이 자생하고 있음을 발견했다”며 “특히 발전적인 대안이 농업에 있음을 알았고 그 곳에 희망이 있음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4개월 넘게 이어진 여정에서 박 대표는 전북에서만 A4용지 190여페이지 분량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전남지역의 이야기를 9일까지 들었고 앞으로 전북과 충남지역의 이야기를 들을 계획이다.

/강영희기자 kang@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