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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이병창 담화 전문]
2006-09-11 17:18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항상 자신의 말만 내뱉는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치면 그만이다.

완주군과 임실군의 경계인 경각산 마루에서 아름다운 재단 희망제작소 대표인 박원순 변호사와 진달래 교회 이병창 목사가 정담을 나눴다.

늦은 밤까지 이어진 세시간 동안의 담화는 정담으로 이어졌고 임실에서 공수해온 막걸리와 싱그러운 계절과일도 따스함을 더했다.

10일 오후 9시부터 이날 밤 늦게까지 임실군 신덕면 불재 뫔 도예마을의 불을 환하게 비춘 대화의 내용을 싣는다. 이날 대화에는 전주대 정철성 교양학부 교수와 무주우체국 구인회 과장, 희망제작소 문종석 연구위원 등도 함께 했다. /편집자

△박원순 대표-언젠가 문득 사람들이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음을 알게됐다. 사람들은 풀어내기만 하지 잘 듣지않는다. 듣는다는 것은 중요한 작업이다. 특히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려 할 때 무언가를 듣는 것은 중요하다. 현장 속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5개월째 접어든 지역 순회 활동을 '듣기 여행'이라고 이름붙였다. 여행은 4월부터 시작했고 현재 전남 지역 사람들을 만났다.

지역에 사는 사람들조차도 중앙적 사고방식을 많이 갖고 있다. 토인비의 역사 연구의 시사점이라는 게 중앙이 퇴형화하고 오히려 건강한 변방의 것들이 중앙으로 진출하는 역사의 교훈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중앙적 역사의식이 강해 건강한 변방의식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여행을 이어가면서 건강하고 발전적인 변방의 것들이 자생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특히 발전적인 대안이 농업에 있음을 발견했다. 농업이야말로 희망이 있다.

청년들이 도시에 있지 말고, 농촌에 있는 게 부자되는 길이다.

이병창 목사와 대담 주제는 ‘경계를 넘어서’라고 정했다. 가능하다면 정리를 해서 자료집으로 발간해 여러사람이 공유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현재 삶 속에서 모범이 될 만한 모델을 찾아다니려고 하고 있다. 전북지역에서만 190여페이지 분량의 이야기를 들었다. 전남지역의 이야기를 어제까지 들었고, 전북과 충남지역의 이야기를 듣고 있고 앞으로 계속 들을 것이다.



△이병창 목사-90년대 초반 용타스님을 초청, 우리 교회에서 공개 특강을 연 적이 있다. 그때 많은 기독교인들이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지만 지리산에서 만난 한 스님은 어두컴컴한 방 문에 바늘 구멍이 뚤려 한줄기 밝은 빛이 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종교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은 한 사람 안에 있는 미움이 녹아지면 실제로 원자탄 하나 없애는 것보다 효과적인 평화운동이다. 젊은 승려를 만나면서 느꼈다.

그런 것들을 내가 처한 현장 속에서 접목하면 어떨까?

아이들 테라코타를 해보려고 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자신이 사회운동 등을 하다보면 자신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예수 말씀대로 ‘어린아이 같지 않으면 결코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한 것처럼 천진함을 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광원장인 정인세 원장을 접하고 동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다석 유영모 선생은 원장의 정신에 동감, 재산을 동광원에 헌납했다.

아주머니 두분과 산을 내려오는 데 나는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고 화를 냈고 두분은 ‘어 비를 주시네.’라며 감사해했다. 충격적이었다. 우산이 없다고 화를 낸 것은 내가 미친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다.

80년대 초반 땡전 뉴스가 나오면 소리를 지르곤 했다. 당시 상황을 되짚어보면 우리 집안에 내가 계엄령을 내리는 것과 같다. 나는 그렇게 분노하는 것이 정의감에 충만한 것이라고 착각했다. 그러한 에너지가 우산도 없는데 화를 낸 것과 같은 격이었다.

그동안 정의감이 왜곡됐음을 깨달았다. 그 같은 얼굴을 보며 우리가 민주와 정의와 자유를 찾는 운동도 사람이 하는 것인데 제대로 된 정신, 의식이 잘 못돼 있는 것이라 느꼈다. 그 이후 그 분들을 찾아갔고 연장선상에서 자신에게 스스로 타이를 수 있는 테마가 된다.

불재 뫔에 설치된 어린아이 작품들을 사람들이 바라보며 씨익 웃는 사람들을 접할 때마다 작업이 통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여기에 살면서 무섭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 지금 상태는 심각한 상태다. 우리 시대 사람들이 갖는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작업이 일어나야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한국인들의 기가 죽었다. 심리적인 공황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작년 말레이시아에 갔는데 한국 아이들이 길거리에 너무 많았다. 골프유학, 기러기 엄마 아빠 등이었다. 대학 2학년까지 말레이시아에서 다녀 미국 유럽에 가기 전단계로 그 곳에 머물러 있었다. 다수 사람들이 왜 왔는지에 대한 정리가 없었다. 내몰리는 듯한 분위기였다.

한국 교육현실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경찰조차 이같은 말을 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무서운 게 없는 사람이다.

무서운 게 있는게 아니다. 그건 단지 느낌일 뿐이다.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은 희망이 없는 것이다. 정치, 경제, 자기 존재에 대해 비전이 없는 것이다. 절망감 박탈감 등이 총체적으로 두려움을 안겨준다.

두려움을 없애는 작업에 포커스를 두면 좋지 않을까?

△박원순 대표-두려움의 근저에는 자기만의 삶의 목표가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냐?

△이병창 목사-개인파산 신청이 매년 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희망을 못보는 것이다. 자기 자신과 우리 시대, 현상에 대해 희망을 못보고 있다.

△박원순 대표-그래서 우리가 희망제작소라고 이름을 붙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목표를 꼬집어 달라.

우리 시대에 우리 한국인이 갖고 있는 막연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안을 제시해달라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비전과 희망을 잃어버린 세상, 어떻게 풀겠는가?

△이병창 목사-인간 그 자체가 갖는 두려움의 코드, 알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그 두려움을 또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성적 작용에서 일어나는 두려움, 가슴에서 발생하는 두려움 등이 있다.

개인적으로 애니어그램을 추천한다.

애니어그램에서는 인간이 3개의 나로 돼 있다고 밝힌다. 머리, 가슴, 행동의 나다.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의식은 분리돼 있다.

중심을 잡는 작업을 통해 두려움을 극복하게 하는 수행이 있다.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제자리에 서서 30분간 도는 춤이 있다.

안내를 하면 장시간 동안 도는데, 돌면 어지럽고, 어지러우면 쓰러질 것이라고 신념을 가졌던 사람들이 그 신념을 깬다. 그 속에서 두려움이 사라진다.

희망제작소에서 할 수 있는 작업으로는 사회적인 차원에서 보면, 각 분야별로 희망을 제작해서 내놓을 수 있는 모델이 있다.

교육이라 하면 아름다운학교, 희망 학교라는 이름으로 한국 사람들이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근거라도 내놓기를 바란다.

뜻있는 사람들이 동참을 해서 만들어가는 것도 작업이 될 수 있다 .희망제작소에서 컨트롤을 하고, 힘들이 결집될 수 있도록 역할만 해준다면 좋은 일이 될 수 있다.

희망제작소가 큰 틀이 아니더라도 가능성이라도 열어줄 수 있는 구체적 작업을 내놓기를 바란다.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데 교회 시스템이나 의식은 따라가지 않는다. 교회만의 이미지가 틀에 박혀 있다.

교인들을 관리하고 숫자를 늘리고 예배당 평수를 넓혀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목회 스타일이 성전과 주막으로 나뉜다고 여긴다.

옛날 교회 시작할 때 주막목회를 하겠다고 다짐하고 아무나 찾아 올 수 있는 불특정 다수가 다녀갈 수 있는 도예원을 열게됐다.

수련장겸 교육장으로 활용하다 교회까지 2004년 합쳤다. 몸+맘=‘뫔 살리기 체험학교’로 활용됐다.자연교육과 인성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최근에 한 것은 최근 쉼터 속 가출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이었다. 자연 체험활동, 자연관찰, 애니어그램 등을 진행했다.

미국의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도 이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정철성 교수-기득권에 대항하며 자랐던 세대가 기득권을 향유하고 있다. 현재 우리 세대가 30대를 못 미더워하고 있다.

뫔 도예 마을 근처에는 미제 폭탄을 잘라서 만든 종이 있다. 500파운드짜리..운암 천주교 공소, 내량 마을 천호성지에도 매달려 있다. 2개 있다. 지금도 쓰고 있다.

주목받지 못한 것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달라. 창암 이삼만 선생 묘지 또한 둘러볼만 하다. 창암 이삼만-강암 송성용 선생으로 이어졌다. 표지판 조차 없는 실정이다.

△박원순 대표-프랑스 퐁피두 센터 같은 경우 20~30대들이 주축이 됐다. 도서관 하나가 전 세계를 향해 메시지를 발하고 있다.

정치인들도 예술가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 유형적 문화재든, 자연 그대로든 오랜 세월의 삶을 통해서 사연을 갖게 되고, 재발견하고 그러는 노력들이 단절되고, 매몰되고 잊혀 간다.

그런 것들을 발견하려는 노력들이 감지되고 있다.

진안을 갔더니, 진안의 마을과 동네, 언덕이 갖고 있는 이름. 느티나무 등이 베어지고 작은 다리 등이 시멘트 다리 등으로 매몰된 것을 찾아내는 작업을 봤다.

마을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행해지면 좋을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는 것이 합당한지 고민해봐야 한다.

전국적으로 축제 또한 거품화돼있다. 관주도형 축제가 문제라고 본다. 시민형 축제로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단기 성과에 너무 매달리다 보니 빚어진 현상이다.

△박원순 대표 프로필

1956년 경남 창녕 출생, 서울대 법대 중퇴, 단국대 사학과, 사법시험 22회 합격, 참여연대 사무처장,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2006년 막사이사이상 공공봉사 부문 수상

△이병창 목사 프로필

1952년 익산 삼기 출생, 원광대 국문학과, 호남고 원광여고 교사, 대전 감리교 목원대학원 졸, 전북목회자 평화 실천 협의회장, 전북종교인 협의회 총무, 한국 크리스찬 시인협회장, 한국 그린크로스 전북본부 공동대표 역임, 불재 뫔 도예마을 대표, 진달래교회 목사

/강영희기자 kang@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