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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주신 꿈..

2012.04.03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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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살이 있는 아주 낮은 수로였다.

나는 우리반 아이 둘과 함께 수로 위로 난 작은 다리에 앉아 발을 담그고 있었다.

갑자기 왼쪽에 앉아 있던 친구가 다리 밑으로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깜짝놀랐지만 다리를 통과하자 물 깊이가 발등을 적실 정도로 얕아져 있었기 때문에

나는 대수롭지 않게 천천히 나오라고 일러주었다.

하지만 하천은 다시 깊어졌고 아이는 눈앞에서 사라졌다.

물 속에서 아이는 허우적대고 나는 헤엄쳐서 내게 오라고 소리쳤다.

아이가 허우적대며 겨우 겨우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손을 뻗어 그 아이 손을 잡았다.

밖에 있던 아이와 함께 그 아이 손을 잡아당겼다.

아이가 조금씩 조금씩 내 쪽으로 당겨져 왔다.

 

갑자기 온 몸에 한기가 느껴졌다.

쇼파에서 잠이 들었나보다.

눈을 감은채 그 아이 얼굴을 떠올렸다.

도영이였다.

김도영.

왜 이런 꿈을 꾸었을까?

 

활달하고 똑똑해보이던 도영이가 모둠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나름대론 이끄미 역할을 잘할거라 생각하고 모둠의 핵으로 설정하고 구성했는데

기대와 달리 이끄미를 맡지도 않고, 모둠원들을 챙기지도 않는다.

도영이 모둠은 앙꼬없는 찐빵처럼 재미없이 굴러가고 있다.

오히려 기대하지 않던 여자친구가 이끄미 역할을 하고 있다.
모둠 골든벨을 할 때도 친구들이 도영이에게 토론을 이끌어줄 것을 부탁했지만 

도영이는 잘 못하겠다고, 잘 모르겠다며 끝까지 고사했다.

못 본척 하고 있었지만 정말 궁금했다.

별로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는데.....

정말 모르는걸까? 모둠이 싫어서 나서지 않는걸까?

도영이에게 학교는 어떤 곳인가?

도영이 생각 끝에 묻어온다.

'나는 좋은 선생인가?'

'우리 반 아이들은 행복한가?'

자신이 없다.

 

어제는 진단평가지 사용 설명서를 꼼꼼히 체크하지 못한 내 실수로

부진아 담당 선생님이 업무에 어려움을 겪으셨다.

덤벙대는 나!

자책감......

 

더 잠이 오지 않아 말씀을 읽었다.

민수기!

가나안 정탐꾼들의 말을 듣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드려움에 떨며 모세와 하나님을 원망하는 장면이었다.

여호수아가 말한다.

'두려워하지 말라고... 그들의 신은 떠났고 우리에겐 여호와하나님이 함께 하신다고.....'

그런대도 백성들은 여호수아를 돌로 치려고 했고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진노하셨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민족들을 두려워했는데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두려움과 강한 바람이 뒤얽혀 있는 모습을 본다.

 

난 최고로 훌륭한 학급경영자가 되고 싶다.

난 최고로 인기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난 우리반 아이들이 최고로 자유로우면서도 그 안에서 규범적인 아이들이기를 바란다.

 

난 내 학급이 어수선한 장터처럼 될까봐 두렵다.

아이들에게 학교가 시시한 곳이 될까봐 두렵다.

아니 내가 시시한 선생이 될까봐 두렵다.

 

아이들이 시시하게 여기면 내가 시시한 선생이 되는건가?

시무룩한 도영이 모습도 나 때문인가? 내가 즐거운 학급경영을 하지 못해서?

애들이 공부도 재미있구나~ 얘기하면 내가 왜 우쭐해질까? 내가 잘 가르쳐서?

??????

30명 아이들의 반응은 다 다르다.

아이들은 자신의 몫대로 하루를 살고 간다.

나는 나의 몫대로 아이들과 하루를 산다.

그렇구나..

쓰다보니 그러네....

내가 괜찮은 선생이라 느끼는 날은 기쁜 하루를 살고 간 아이들을 바라볼때고

내가 시시한 선생이라 느끼는 날은 시무룩한 하루를 살다 간 아이들을 바라볼때네...

그럼 아이들에 따라 내가 달라지네?

??????

정말 내가 두려워하는건.......

다른사람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나이구나.

다른사람의 인정을 구하는 나이구나.

 

그렇다면 내가 진정 원하는 건 무엇이어야 할까?

원하는 것이 없는 것?

아니야.....

원하는 것이 없으면 몸을 움직일 이유가 없어.

내가 살아있다는 건 원하는게 있어서야.

그럼 무엇이어야 해? 무엇을 원해야 해?

 

난 자유롭길 원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길 원해.

난 사랑하길 원해.

타인의 인정과는 상관없이 존귀한 나를 사랑하길 원해.

난 인정받길 원해.

내 안으로부터 샘솟는, 하늘로부터 임하는 인정을 원해.

 

난 아이들을 물에 빠트려 허우적대게 만드는 교사가 아니야.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아이 손을 잡고 끌어내려고 힘을 다하는 교사지.

사랑의 여호와하나님이 함께하는 내게서 나갈 것은 사랑 뿐이지.

오늘 새벽 내게 주신 꿈은 아이들의 손, 끝까지 놓지말라는 그 분의 당부시구나......

 

 

"다만 여호와를 거역하지 말라. 또 그 땅 백성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들은 우리의 먹이라.

그들의 보호자는 그들에게서 떠났고 여호와는 우리와 함께 하시느니라. 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 하나"

<민수기 14장 9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