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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의 편지 / 겨울 꽃

2012.12.04 12:16

가온 조회 수:6315

 

올 겨울은 예년보다 많이 추울 거라는 말이

달갑지 않게 들렸습니다.

 

겨울이 너무 따뜻해도 문제가 있지만 너무 추워도 당장 현실적으로

난방비부터 마음이 쓰이게 됩니다.  

 

이렇게 혹한이 계속되는 이유는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사용 증가로 인해 급격해진 온난화에 대한

지구의 반작용이라고 합니다.

 

수십억 년 동안 추워지면 기온을 높이고,

더워지면 낮추는 지구 나름의 노력으로

지구의 평균기온은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지요.

 

지난겨울 한반도에 닥친 국지적 한파도

급격하게 상승하는 기온을 진정시키려는

지구의 노력이었다고 합니다.

 

이러저러한 염려로 겨울에 들어섰지만

빨갛게 타는 난로 앞에서 추위를 녹이다보면

어쩔 수 없이 겨울의 낭만이 온몸에 스멀스멀 피어오릅니다.

 

낮게 내려앉은 초겨울의 하늘을 올려다보노라면

아직도 내 가슴은 첫눈의 기다림으로 설레입니다.

 

올 겨울에도 유리문으로 눈 내리는 겨울 풍경을 감상하며

따뜻한 차를 마시고 싶습니다.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한차례 감기몸살을 앓고 난 나에게 남편이 직접 끓여준 꼬리곰탕은

그동안 먹어본 곰탕 중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나머지를 더 푹 고아서 몇 번 더 먹이려고

작은 통에 담아두는 남편과 따뜻한 구들목에 몸을 녹이며

이야기를 나누는 저녁도 행복하지요.

 

딸 같은 진선 자매와 갤러리 공간을 관리하면서

호호거리며 시내와 시골로 왔다 갔다 하노라면

운 겨울도 그렇게 힘든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시린 겨울도 행복의 씨앗을 간직하고 있듯이

우리 인생의 고비마다에도 기쁨이 숨 쉬고 있습니다.

 

올 겨울이 아무리 춥다고 해도

그 나름의 행복이 있어 서로 나눌 수 있는

여유로운 사랑이 겨울을 녹이고 있습니다.

 

때로는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가 느껴질 때라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면

그 내일에 기쁨과 행복 또한 예비 되어 있지요.

 

그리스도 안에서 깨달음을 얻은 사도 바울은

‘....어떠한 형편에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4:11,12)고 했습니다.

 

우리가 그러한 행복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면

무더위 속에서도 시원함을, 그리고 시리고 시린 겨울이라도

따뜻함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겨울이라고 해서 꽃이 없겠는가!

시린 겨울에도 나무의 빈가지마다 하얗게 피어나는 눈꽃은

찬연함과, 눈부심이요, 그리고 숙연함입니다.

 

피는 게 아니요 서려있는, 그것은 시련의 냉기 속에서

()처럼, 슬픔처럼 뻗쳐오르는 차갑고 고고한 생명의 기운입니다.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것 같은 날,

찾아온 이들에게 향기로운 원두커피를 끓여내는 행복을 누리며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지금은 고즈넉한 가운데 한없이 행복하기만 한 초겨울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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