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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남은 2011년, 하루 지난 2012년

 

한국전쟁 참전용사 사진 프로젝트 다음 작업 예정지인 미국, 캐나다를 비롯 프랑스 등

남은 참전국 사진 촬영을 준비 하던 중 일본에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알게된 일본 토호쿠 대학의 카타오카교수의 부탁으로

(물론 나 역시 이 사진작업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회에 걸쳐 50일동안 동북지방 지진현장 사진작업을 했습니다.

하루 10시간 넘게 사진을 찍었습니다. 찍어도 찍어도 끝이 없었습니다.

 

현장까지 가는 시간만 2시간 왕복 4시간 이상 자전거를 타야했습니다.

 

때로는 피난민들과 숙식을 함께하며 하루 빵 한 개와 삼각 김밥 한 개로 겨우 버티는 날도 있었습니다.

사먹을 곳이 없었습니다.

 

말이 필요 없는 상황 아니 할 말이 없었습니다.

 

국가적으로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갈등을 하면서도 폐허 앞에서 그런 생각을 할 여유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50일이 지났습니다.

 

8월, 고베의 포트피아호텔에서의 세미나 및 사진전시.

10월1일~11월23일까지 고베 비엔날레에서의 사진전시

10월24~25일 센다이 미디어 테크에서의 사진 전시 및 대담 등을 통해

나름대로 의미 있는(사진의 시작을 일본에서 한 인연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지만) 2011년이 되었습니다.

 

너무 무리한 탓으로 무릅에 이상이 생겨서 4개월 이상 병원 신세를 지고 있지만,,,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지고 있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합니다.

 

나름대로 보람도 있었구요.

아직 복잡한 마음은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얼마 전 위안부 할머니들의 1000회 시위 현장에서 느꼈던 분노와 슬픔,,,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그동안 본의 아니게 미루어졌던 본업을 다시 시작해야하니까요.

저를 기다리고 계실 참전용사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도 몸도 바빠집니다.

 

2010년 성사단계에서 무산되었던 터키에서의 사진전을 내년 6,25를 전후해서 다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앙카라와 이스탄불을 시작으로 6개월 동안 여행했던 50여 도시에서 사진전시 준비,

그리고 에티오피아와 터키 참전용사 사진집 출판을 준비 중입니다.

어떤 식으로 해야 할 지 결정은 못했지만 책을 통한 전시라는 생각으로 사진집을 출판하려고 합니다.

 

수많은 사람이 죽은 현장에서 사진을 찍으며

한국전쟁에서 전사하신 분들, 부상당한 분들,

남편을 잃은 미망인 그리고 아버지를 잃은 자식들 생각이 났습니다.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정성껏 그분들의 아픔을 위로 해드려야겠습니다.

비록 많이 늦어졌지만 이번 경험이

앞으로의 한국전쟁 프로젝트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해 인사를 대신합니다. 올해는 좀 더 자주 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병용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