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280372
  • Today : 763
  • Yesterday : 952


마음에 지은 집

2020.06.23 05:13

물님 조회 수:4720

"날만 밝으면 외할머니는 문이란 문은 있는 대로 열어두셨습니다. 햇살과 바람과 소나기와 구름이, 땅강아지와 풀벌레 소리와 엿장수와 똥개들이 제멋대로 드나들었습니다. 탄천장에서 강경으로 옮아가는 장돌뱅이들이 등짝이 축축하거나 목이 컬컬해지면 지게를 받쳐 놓는 그런 집이었습니다.

문설주를 지나 더러더러 거렁뱅이들이 희멀거니 웃으며, 걸어 들어와도 내 집 문턱 넘어선 사람 어찌 빈 입으로 보내겠냐며, 펄펄 끓는 시래기국에 시뻘건 깍두기를 멍충이처럼 마당에 내오셨습니다.

이 담에 들어가서, 살다 살다 죽으려고, 내가 마음속에 지어둔 집이 바로 그런 집입니다. 문이라고 생긴 문이란 문은 있는 대로 처닫고 사는 이웃들을 만날 때면 더더욱 외갓집이 생각납니다. 더 늙기 전에 그런 집 한 채 장만하고 싶어집니다.”

이관주 시인 - 마음에 지은 집


* 불재와 진달래교회는 아무나 오고 가도 아무렇지도 않은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문을 잠그지 않는 곳, 하늘로 가는 터널이 뚫려 있는 곳이기를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37 택견은 이렇게 하는 거랍니다. file 운영자 2008.01.01 7434
636 어린이 주일 유래 [1] 영 0 2010.05.02 7430
635 영혼의 보약 [2] file 운영자 2007.09.19 7430
634 인간 하나님의 형상 운영자 2008.02.07 7423
633 월간 - 기독교사상 5월호- [3] 운영자 2008.04.03 7418
632 성탄맞은 태현이네 file 운영자 2008.01.01 7414
631 쑥? [3] file 구인회 2008.05.10 7407
630 현오와 서영이 [3] file 운영자 2008.04.20 7405
629 불재는 요즈음 1 file 운영자 2008.06.08 7391
628 6월 8일 주일에 텃밭가꾸기 [1] file 운영자 2008.06.08 7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