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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너를 지나가게 하라

 

                                                                                       가온(최명숙 목사)

 

‘내게도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다’라고 하면 농담 중에도

건드릴 수 없는 상대방에 대한 한계를 인정하게 됩니다.

그 기본적인 자존심을 프라이버시(privacy)라는 울타리로 배려해 주는 이유는

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것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상서로운 동물로 알려진 용(龍)에게도 역린(逆鱗)이라고 해서

턱밑에 거슬려 난 수염이 있는데 그것을 건드릴 때에는

크게 분노를 하여 재앙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처럼 누구나 역린이 되는 부분을 자극할 때는 상처가 되지요.

 

역린이 되는 부분들이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지만

만일 모든 이들이 편견이 없이 편하게 반응을 한다면

구태여 수치스럽거나 불편해 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그 자체 그대로 아름다운 것뿐이요,

속된 것은 부패된 인간의 마음이지요.

 

꽃뿐만이 아니라 낙엽 한 잎, 옷 벗은 나무 가지도

하늘을 배경으로 카메라 렌즈에 맞춰볼 때는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에 이르기까지 내게는 신체적 장애와 더불어

나이를 밝히기는 것 역시 감추고 싶은 부끄러움이었습니다.

 

선천적으로 활달하고 솔직한 성격이라 하더라도

이런 부끄러운 부분들을 블랙홀(black hall)처럼 가지고 살아가다 보면

어둡고 움츠린 삶이 되어가면서 그 어둠은 고통과 절망이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에 대한 확신과 사랑 안에서 수치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기까지는

세상적인 관점을 깨치고 나오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이제 나는 내가 가진 장애도, 나이도 부끄럽거나 숨기고 싶지가 않고,

오히려 다른 이들이 자신들의 일반적인 편견으로 내 생각까지 판단할 때

불편함을 느끼지요.

 

사도 바울은 자랑으로 여기던 것들을 배설물처럼 버리고

수치로 여겼던 약한 것들을 오히려 자랑하게 될 정도로 승화된 삶을 살았으며

그는 그 이유를 약할 그 때에 강하게 하시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자신에게 머물게 하기 위함이라고 했습니다.(고후12:9-10)

얼마나 눈부신 믿음입니까?

 

우리는 아직 그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하더라도

세상의 바람들을 맞받아 상처 받고 무너지는 삶은 되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아프리카 라코타 족의 지혜를 보면 ‘모욕적 말들이 상처를 안겨줄 수도 있지만

그건 스스로 그렇게 되도록 허용할 때만 그렇다.

만일 바람이 나를 그냥 스쳐 지나가게 할 수만 있다면

나를 쓰러뜨릴 수 있는 그 말들은 힘을 잃게 된다’

(‘바람이 너를 지나가게 하라‘ 中)고 했습니다.

 

바람이 우리를 지나가게 하는 삶이야말로 영적인 삶이겠지요.

바람이 들락거릴 정도로 구멍이 숭숭 뚫어진 제주도의 엉성한 돌담이

모진 바람에도 무너지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가 영적인 사람으로 산다고 하면서도

아직도 숨겨진 아픈 비늘로 인해 바람 부는 세상에서

때때로 상처 받고 괴로워하지는 않는지요?

 

바람이 지나갈 수 있도록 가슴을 연 사람,

그 가슴으로 우주를 숨 쉬는 사람,

언제쯤 우리는 더위를 사르고 난 하늘처럼

그런 초연함으로 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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